지난 몇달간 삼성의 촉각을 곤두서게 했던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에 관한 정부.여당의 논의가 이번주 큰 고비를 맞기 때문이다.
홍석현 전(前) 주미대사의 귀국을 계기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X파일'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신상이나 그룹의 향후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으로서는 홍 전 대사의 소환수사로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고 신병치료를 이유로 해외에 체류 중인 이 회장이 '모양 좋게' 귀국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겠지만 검찰 수사의 향방이나 여론의 추이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몰라 속을 태울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닐뿐더러 지금은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홍 전 대사가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일뿐"이라며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미 2002년 대선 자금에 대해서도 단죄를 받았고 1997년 대선 자금 역시 '세풍 사건' 등을 통해 이미 걸러진 사안임에도 실체도 불분명한 도청 테이프 때문에 또다시 기업이 휘둘려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X파일' 사건 수사 못지 않게 오는 17일께로 예정된 금산법 개정 관련 정부.여당 논의 역시 삼성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여당 내 강성의원들이나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에버랜드의 지분을 강제매각하거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삼성의 경영권이나 현 지배구조는 근본적인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삼성의 또다른 관계자는 "금산법 개정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수차례 밝힌 바 있어 새삼 거론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면서 "다만 시가총액 100조원의 '국민기업' 삼성이 해외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시각이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논리가 타당성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의 논의가 우리쪽에 우호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