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학계·시민단체와 정부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시행을 놓고 팽팽한 '논리 대결'을 벌여왔다. 쟁점은 '해야한다' 와 '당분간은 할 수 없다' 로 요약된다.
'공평과세' 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라는 원론적 관점에서 과세가 필요하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에 반해 경제 전반의 흐름과 상황을 결부해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정부로서는 시행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정치권도 그동안 '정중동' 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제도 시행과 관련한 어떠한 의견표명도 하지 않아 왔던 것이 사실. 적어도 '부유세 도입'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회 의석을 차지하는데 성공한 민주노동당이 관련 입법안을 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 민주노동당, "주식양도차익 과세 전면시행" 입법안 발의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11월9일 '부유세 도입' 이라는 민노당의 총선 전략을 주식양도차익 과세 전면시행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공식화했다.
민노당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담긴 주식양도차익 과세 시행의 골자는 개인 소액주주의 상장주식양도차익(거래소, 코스닥 상장주식)에 대해 예외 없이 과세를 시행한다는 것.
다만 연간 주식양도차익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에 한해 과세를 시행하고 세율은 20%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2001년 말 기준 시가총액 기준 주식소유 분포를 보면 개인투자자의 비율은 26.4%로 이 중 대주주는 13.3%이고 소액주주는 13.1%정도" 라며 "개정안대로 과세할 경우 사실상 13.1%에 불과한 소액주주만 영향을 받게되는데 양도차익 1000만원 이상에만 과세가 되기 때문에 소규모로 건전한 투자를 하는 소액주주의 대다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신고·분리과세 방식을 택하고 추가적인 소득공제제도 등을 설정하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며 "미국, 영국 등 OECD국가 대다수가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 재경위 심의 기다리는 관련법 개정안‥관철여부는 "글쎄요"
심 의원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재경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관철여부에는 케스쳔마크가 붙어있다.
심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이한규 재경위 전문위원은 "주식 양도차익은 불로소득 성격을 갖고 있어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면서도 "일시에 모든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경우 증권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그로 인한 부동산투기 등으로의 자금이동 우려 등을 감안해야 할 것" 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초 제도 시행 필요성을 주장했던 열린우리당도 부정적인 여론이 일 기미가 보이자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등 분위기가 '급냉각' 된 상태이다. 다만 여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자금을 증시로 최대한 당겨야 하는 마당에 과세를 시행할 경우 증시폭락은 물론 부동산 시장이 또 다시 과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제도를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이라며 "다만 현재 마련하고 있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과 연계해 제도 시행에 대한 타당성 여부는 검토해볼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해야 한다" 고 주장한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의 주장에 대해 "국제 추세와 재정에 미치는 영향, 증시에 미치는 영향, 경제에 주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고 의견을 밝혔다.
한 부총리는이어 "소액주주에 대한 과세문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 미국, 일본, 프랑스는 과세하고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 멕시코 등은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며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13%에 불과하지만 주식 투자자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약 370만명으로 전체의 97%" 라고 제도 시행에 난색을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