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과세는 해야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열린우리당은 최근 세원확보의 일환으로서 주식양도차익 과세 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가 여론이 악화될 조짐이 보이자 하루만에 태도를 바꾸는 웃지못할 '촌극'을 연출했다.
정부도 부정적이지만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제도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만이 당론으로 정해 제도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힘의 논리' 에 밀리고 있어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학계의 의견도 양분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제도 시행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조세학자들도 당분간은 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제도 시행 여건이 충분히 성숙됐기 때문에 실기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 찬성여론 66%"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가 지난 10월11일 20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66%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 찬성의견을 던진 이들은 "개인이 상장 주식을 팔 경우 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안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하다" 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9.5%는 "주식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시기상조다" 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PK지역, 40대, 중간학력층, 불루칼라층, 중간소득층 등이 찬성응답을 냈으며 수도권과 충청권 거주자, 20대, 고학력 및 고소득층, 화이트칼라 등 여론주도층들은 대부분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이 같은 여론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면서 주식투자로 번 돈은 과세하지 않는 것은 문제" 라며 "현재 부유층이 부분적으로 적용되는 세제와 낮은 세율을 악용해 변칙적 방법으로 탈세를 하는 등 부작용도 많다" 고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기상조' VS '시급히 도입 필요'‥찬·반 논리 '팽팽'
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매매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실제로 주식을 매매해 이익을 얻는 대상은 소액투자가가 아닌 소위 '큰손' 이라 불리는 고액자산가들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부분적인 과세는 이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얻고도 정당하게 세금을 내지 않도록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조세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경우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은 매매차손만큼 세금을 다시 돌려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 이라며 "주식 매매차익으로 세금을 냈어도 매매차손이 발생했을 경우 환급을 보장해주고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해야한다" 고 제도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영태 회계사(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도 이와 관련해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입는 다는 주장이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반대하는 주된 논리이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고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막연한 생각" 이라며 과세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최 회계사는 "현재 주식시장은 일반인들보다는 작전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양도차익 과세를 통해 거래내역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작전세력들이 서로 짜고 이익을 노리는 거래행위가 없어지고 일반인들이 정보망을 통해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이 건전화 돼 오히려 주식시장을 살리는 길이 된다" 고 강조했다.
최 회계사는 이어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도입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며 "어차피 도입할 거라면 빨리 도입하는 것이 시장에 대한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이라고 제도의 시급한 시행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논리의 정연성을 갖고 있다. 특히 공평과세 원칙에 비춰 과세 제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모습. 다만 시행시기가 현재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최명근 강남대 경영학부 석좌교수는 "담세력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이론상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은 당연" 이라며 "그러나 증시가 붕괴했을 경우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전반적인 과세는 어렵다고 본다" 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어 "경제가 더욱 안정될 때까지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 며 "굳이 조정해야 한다면 과세대상을 조심스럽게 넓히는 부분은 검토해 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부 교수도 이와 관련해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원칙적으로 본다면 옳지만 당장 시급하지는 않은 문제" 라며 "그러나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근로소득자인 상황에서 주식 양도차익을 과세할 경우 근로자들에게 이중으로 세금을 거두는 또 다른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과세가 시행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되는 업계의 입장도 부정적이다. 그러나 업계도 공평과세 원칙상 과세는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찬성의 뜻을 밝히고 있다. 김정수 한국증권업협회 팀장은 "증권거래세보다 양도소득세가 더 합리적인 과세방법이며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제 논리상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만큼 손실에 대해서도 과세이연제도를 마련하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한다는 것이 동시에 보장돼야 할 것" 이라며 "과세를 한다면 공청회 등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며 증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충분한 분석도 전제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공평과세와 국제적 추세에 비춰볼 때 과세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며 "부동산 시장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오려는 정책적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처를 마련해 줘야 한다" 라며 "과세를 전면시행할 경우 경기회복에도 상당부분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