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미널 앞에 모인 수백만 이주노동자
좁은 방 하나에 대여섯이 사는 가정이 40%
정부 실책으로 '위로의 연대'가 '즐거운 축제'로 변해
많은 인도인이 코로나19가 무엇인지 잘 몰라
◆…버스 터미널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인도 노동자 수만명이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 정부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국민에게 요청하고 있지만, 대다수 가난한 인도인들이 이를 실천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으며, 정부의 실책으로 되려 사람들이 모이도록 만든다고 BBC가 오늘(24일) 보도했다.
| 돌아갈 수 없거나 떨어질 수 없는 사람들 |
인도는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지역 단위로 전국을 완전히 봉쇄했다. 봉쇄는 3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총 6주 동안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이주 노동자 수백만 명이 돈과 직업 없이 가족이 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발이 묶여 버렸다. 어떤 버스 회사가 다시 운영한다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버스 터미널로 모여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색하게 한다.
인도의 평균 가족 구성은 5명이며 전체 가구의 40%인 1억 가구(5~6억명)가 방 하나에 모여 산다.
"인도에서 대부분 대여섯 명이 한 방에 함께 지내는 상황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려면 집이 큰 특권층이어야 한다"고 BBC와 인터뷰한 칸푸르 CSJM 대학교의 키란 람바 자 사회학 조교수가 전했다.
가난한 사람이 모여 사는 지역에 물탱크가 오거나 자선 단체가 음식을 배급하러 왔을 때도 수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 사회적 거리 운동을 위한 축제? |
인도는 전국적인 봉쇄를 하기 전 3월 22일에 '자가 통행 금지'를 하도록 국민에게 요청했다. 인도 모디 총리는 사람들이 집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후 5시에 난간에 나와 금속판을 치거나 벨을 5분 동안 울릴 것을 제안했으나 되려 '축제'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소라 피리를 불고, 북과 손뼉을 치는 등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사람들이 셀카를 찍고 "코로나 사라져라"고 외치며 행진하기까지도 했다. 충격적이게도 이런 축제 일부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의 위험성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알려야 할 인도의 고위 공무원과 경찰이 주도했다.
봉쇄가 시작하고 21일 뒤, 모디 총리가 서로 연대를 보여 주자면서 촛불과 등을 켜라고 요청했을 때도 축제가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와 구호를 외치고 불꽃놀이를 했다.
람바 자 교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연대를 나타내는 것은 좋았으나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교수는 "많은 인도인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상당히 어색한 개념"이라고 밝히며 "인도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사회성이 강해 혼자 있길 싫어하고 가족, 친구, 이웃과 사회적 유대감을 나타내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는 부자의 질병? |
BBC는 인도 인구의 69%가 지방에 살며 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부 비하르주의 저널리스트인 아마르나트 테와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도시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지방에선 사람들이 하나의 마을 공동체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구성원이 상수원 하나를 공유하며 일도 같이한다. 시장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서서 물건을 사고판다.
람바 자 교수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가 외국에서 왔기 때문에 '부자의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이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부유한) 도시에만 있지 자신들의 마을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방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무슨 난리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