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대로 급락
코로나19로 에너지 시장에 최악의 수요 충격
2020년 세계 원유 수요, 전년 대비 하루 930만 배럴 감소 전망
◆…4월 23일 텅 빈 조지아주의 고속도로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대유행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여행 제한, 자택 대피령,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규제로 집에 머물게 하면서 휘발유와 항공유에 대한 수요를 파괴시켰다. 공급 과잉과 사상 최악의 수요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대로 급락하는 등 유례없는 상황으로 석유산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CNN은 전문가들이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효율의 증가, 대체 공급원으로의 전환 등으로 인해 2040년에 원유 수요의 피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원유시장보고서에서 세계 187개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여행 금지 등 이동 제한 조치를 하면서 에너지 시장에 최악의 수요 충격이 일어났다고 분석하면서 2020년 세계 원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93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월 전망치에 비해서도 하향 조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국제유가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세계의 원유 저장고 용량이 3∼4주 이내에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Jeff Currie는 "공급이 수요와 같아지기 전까지 원유 가격은 곤두박질치면서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CNBC의 앵커 짐 크래머는 28일(현지시간) "지난 금요일 최대 유조선 회사인 노르딕 아메리칸 탱커의 최고경영자(CEO)인 허브조른 핸선이 저장 공간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유가가 다시 제로로 떨어질 수 있고,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NN은 원유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다시 가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량이 대폭 감소해야 한다면서, OPEC과 그 동맹국들이 합의한 기록적인 감산 조치보다 훨씬 더 많이 감소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이달 중순에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그러나 CNN은 이러한 합의가 너무 늦었고 감산 규모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평가했다. 하루 2,000~3,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유가가 1~2년 내에 완전히 회복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사람들을 집에 머무르게 하는 규제를 신속히 완화하고, 이러한 규제가 풀리면 경제 활동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면서 2022년 수요가 2019년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에 비해 5% 감소하는 데 그쳐 강력한 회복을 시사한다며 이와 같은 낙관적인 관점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IHS 마킷은 정부가 제한 조치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바이러스의 제2차 확산이 오면 원유 시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내놓았다.
BNP Paribas 자산운용의 지속가능성 연구 책임자인 Mark Lewis는 코로나19의 위기가 끝난 후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증가해 통근자가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위기가 끝나도 심리적 영향으로 기업들은 해외 출장을 줄이고 사람들도 여행을 가지 않는 등 비행하는 빈도가 줄 것으로 보았다. 항공 부문이 몇 년 동안 회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루프트한자,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같은 항공사들의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 원유시장의 변화는 대기오염 개선과 같은 환경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CNN은 일부 유럽 도시들이 코로나19를 대기오염을 막을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탈리아의 밀라노는 차량 통행이 줄어 대기오염이 상당 부분 해소되자 도시가 다시 개방되면 보행로 등을 확충해 친환경 거리를 조성을 발표했다. 마르코 그라넬리 밀라노 부시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화요일 제11차 피터스버그 기후각료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에 초래된 심각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시행해야 하지만 기후 보호를 잊지 않도록 서로 격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러한 변화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화석 연료의 사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