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공장 행보 "국내용, 봄 영농기 주민 돕고 있다는 것 보여준 것"
자력갱생 메시지와 일치...영상속 김정은, 수술 후 회복 중 상태
이번 일, 김 위원장 부재에 대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김여정, 아직 정책결정권이 없어 보인다"는 분석도 나와
◆…지난 1일 약 20일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순천 인비료 공장 준공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VOA, 조선중앙통신, AFP)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식 활동을 재개하는 장소로 순천 인비료 공장을 택한 데 대해,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챙기고 자력갱생을 선전하는데 초점을 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5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다수의 전직 관리들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나타나면서 현지지도 장소로 인비료 공장을 선택한 데 대해 "지도자로서 북한 주민과 경제를 챙기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4일(현지시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을 찾은 건 국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봄철 영농기를 앞두고 주민들을 돕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공개한 인비료 공장 준공식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수술 후 회복 중인 상태로 판단된다"며 "그의 부재시 후계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됐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아직 정책결정권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을 선택한 점에 대해서 "대북 제재 국면에서 경제성과를 선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유제품에 대한 제재로 인해 북한에서는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비료공장 방문은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북한이 필요로 하는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더 이상 국제 무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미라고 부연설명했다.
그는 또 "'건강 이상설'이 이어진 20일간 김 위원장이 왜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 주목되는 건 그가 여전히 흡연을 하고 있고 과체중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IISS) 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을 찾은 건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비료공장 방문은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을 달성하겠다는 북한의 메시지와 완전히 일치되는 것이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많은 군중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통제하기 쉽다는 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을 선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인비료 공장이 이중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 준공식에 등장한 첫 번째 이유는 공장이 완공됐기 때문일 수 있고, 둘째는 비료공장 완공이 북한에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비료 공장이 농업용 비료 생산과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이중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한편, 전직 관리들은 이번 일을 김 위원장의 부재에 대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특정 인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해 향후 김 위원장 부재시 다른 지도자와도 비핵화 합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의 잠행은 북한에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의 상황들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정책 당국자들에게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북한의 후계자 계획이 분명치 않은 상황, 그리고 한반도 주요 이해관계자들인 한국, 미국, 중국 등 국가의 다양한 이익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만일의 상황에 대비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