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동상 인종차별 항의시위 공격대상 돼
신대륙 원주민 탄압·학살...인종차별 상징으로 재평가
제퍼슨 데이비스 동상 등 남부연합 기념물 훼손
미 국방부, 남부연합군 이름 육군기지 명칭 변경 논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삭제
'남부연합기'도 퇴출 수순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 콜럼버스 동상 [사진=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 한 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종차별과 연관된 상징들이 퇴출당하고 있다.
최근 콜럼버스 동상과 남부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 동상이 잇따라 훼손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는 콜럼버스 동상의 목이 잘린 채 발견됐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시위대가 콜럼버스 동상을 인근 호수에 내던졌다. 신대륙의 개척가로 여겨졌던 콜럼버스는 원주민을 탄압하고 학살했다는 역사적 평가가 잇따르면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전락한 것이다.
보스턴시의 마티 월시 시장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 콜럼버스 동상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평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동상을 철거하고 다시 복구할지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연합 대통령의 동상도 훼손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그랜드 모뉴먼트 애비뉴에서 시위대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퍼슨 데이비스의 동상의 다리를 밧줄로 묶어 넘어뜨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버지니아주 랄프 노샘 주지사는 "우리는 더 이상 잘못된 역사를 전파하지 않겠다"며 로버트 리 남부연합군 총사령관 동상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법원에서 동상 제거를 중단하는 임시 명령을 내린바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1일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과 군사 기지에서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국방부는 남부연합군의 이름이 들어간 육군기지 명칭 변경을 논의 중이다.
CNN에 따르면 9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은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10개의 육군기지 명칭 변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2월에 기지명 변경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자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는 지난 9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유 콘텐츠 목록에서 삭제했다. CNBC에 따르면 HBO 맥스 대변인은 영화 삭제 이유에 대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시대의 산물이며 불행히도 당시 미국 사회에서 흔했던 민족적, 인종적 편견을 묘사한다. 이 인종차별적 묘사는 당시에도 오늘날에도 잘못된 것이므로, 설명 없이 이 영화를 콘텐츠 보유 목록에 유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역사적 맥락과 문제가 되는 묘사 부분을 비판하는 내용의 설명을 붙여 영화를 다시 콘텐츠 목록에 복귀시킬 것이지만 영화를 편집하는 건 이런 편견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편집을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남부연합기'도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10일 미국 자동차경기연맹(NASCAR)이 공식 성명을 통해 “나스카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와 시설에 남부연합기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 제도를 지지한 남부연합이 사용했던 깃발이다.
이 발표는 현재 NASCAR의 유일한 흑인 드라이버인 부바 월러스가 남부연합기 사용 금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한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음악계도 나섰다. '어번뮤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10일 내년 1월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부터 '최우수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상'(Best Urban Contemporary Album)을 '최우수 프로그레시브 R&B 앨범상'으로 개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번'은 그동안 팝 음악계에서 흑인음악 장르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됐으나,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을 나누는 것은 구시대적이며 오늘날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소속돼 있는 리퍼블릭 레코드도 지난 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시점부터 '어번'이라는 단어를 부문, 인력, 음악 장르 등을 수식하는 용어에서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