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2심 징역 7년·자격정지 5년…추징금은 부과 안해
2심 "국정원 정치관여 행위는 매우 엄중한 처벌 불가피"
전직 대통령 뒷조사·민간인 댓글부대 등 정치개입 혐의
◆…'정치공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1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재임 시절 여론을 조작해 정치에 개입하고 국가정보원 예산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원 전 원장은 이미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이준영·최성보)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의 정치 관여 행위는 어떠한 형태로 이뤄졌든 간에 매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며 징역 7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1심에 비해 자격정지 기간만 2년 줄었다.
2심 재판부는 "역사상 정보기관의 정치 관련 문제가 발생해 수많은 폐해가 있었고,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정보기관 명칭이나 업무 범위를 바꿔왔다"며 "특히 정치 관여의 목적이 명백해 보이는 국가발전미래협의회(국발협)라는 민간단체를 국정원이 주도해 설립하고, 운영자금을 지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로 인한 국고손실액이 대단히 크고 유죄가 인정된 뇌물액도 적지 않다"며 "나아가 국가안전보장에 매진하던 피고인들이 원 전 원장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범죄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게 한 상황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2심에서 유·무죄가 바뀐 부분을 비교하고, 이미 '댓글 사건'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7년 8월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 전 원장은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분열 공작 △MBC 방송 장악 △여론조작 등 정치개입 △국정원 자금 사저 리모델링 불법 사용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상납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 혐의 등 크게 7개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 원장은 정치개입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도 함께 받았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이른바 국발협을 설립해 여론조작에 나서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및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공작 문건을 작성해 SNS로 대응했다고 봤다.
또 재판을 받던 중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관련 풍문성 정보를 수집하고,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하는 데 국정원 예산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혐의(국고손실)로 추가 기소됐다. 이 밖에 좌파로 지목된 연예인을 방송에 배제한 혐의(직권남용·업무방해 등)와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원 전 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1심은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 상당수를 동원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통령을 홍보하고 반대하는 정치인과 비정치인을 음해했다"며 "원 전 원장의 반헌법적 행위로 인해 국정원의 위상이 실추되고 국민의 신뢰가 상실됐으며, 결국 국가안전보장이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1심은 방송인 김미화씨와 김여진씨의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 및 출연 금지에 관여한 혐의와 사저 리모델링에 국정원 자금을 불법으로 사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원 전 원장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근로 3법 등을 훼손하고 공직사회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0년, 추징금 약 198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