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코로나19 점검 회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은행 리스크 관리 차원
내년 코로나19 대출 만기 도래 시 은행 부실 우려
충당금 적립으로 은행 하반기 실적 개선 어려울 듯
◆…출처=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회의를 갖고 하반기 코로나19 확산을 대비해 대손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8개 은행계 금융지주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소집해 이진석 부원장보 주재로 비대면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금융지주사의 대비책 점검을 위해서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 재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금융지주사의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은행의 부실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중 은행의 리스크관리 필요성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지주사들에게 충당금 적립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말 금융당국이 이번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됐던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를 6개월 추가 연장했는데, 이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3월 말 경에 은행권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시중은행이 대출 만기연장을 진행한 사례는 총 17만8168건, 금액은 51조3180억원에 달한다. 이자상환 유예 금액은 39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대출 만기연장 사례는 24만6011건으로 76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자상환 유예 금액은 1075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코로나19 대출의 채무자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나 한계기업 등 취약차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자상환 유예의 경우 대부분 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상환하고 있고 4월 이후 유예금액도 크게 감소하는 추세라 밝혔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데다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내수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하반기 내내 장기화될 경우 지난 1차 확산때 보다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상황이 단기 내 해소되지 못하면 연장된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3월 말쯤 제 때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소상공인 등의 연쇄 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계 금융지주사에게 충당금 추가 적립을 강조한 것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부실채권에 미리 대비하려는 차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은 지난 2분기에도 코로나19 충격을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대손충당적립률도 크게 올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21.2%로 3월 말 110.6% 대비 10.6%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을 제외한 시중 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8.7% 대비 134.8%로 16.1%포인트 급증했다. 신한은행(110.5%→126.3%), 우리은행(120.7%→136.4%), SC은행(170.5%→191.1%), 하나은행(95.1%→120.9%), 국민은행(126.7%→134.5%), 시티은행(194.1%→214.3%)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적립률이 전분기 대비 늘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상황에 보수적으로 접근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적 반등을 기대했던 하반기에도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고심에 빠졌다.
국내 은행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17.5% 급감했는데 주된 원인이 부실 채권에 대비해 2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을 대대적으로 늘린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