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대선 토론은 1분에 한 번꼴로 끼어든 난장판
시청자의 과반수 ‘바이든 잘했다, 진실했다’
마이크 끄는 방식으로 변경, 기계의 힘 빌리나
전 세계가 지켜본 난장판 토론, 美 언론‘국가적 망신’
◆ 망신살 뻗친 美 대선 첫 TV토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토론은 난장판에 가까운 혼란이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각 후보의 신상 ▲대법관 지명 ▲코로나 대응 ▲경제 ▲인종차별과 폭력 ▲선거결과승복 등 6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주제마다 상반된 입장으로 두 후보가 동시에 설전을 벌여 말이 뒤엉키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계속돼 지나치게 공격적인 토론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꼴등, 사회주의자",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광대, 입 좀 다물라"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상대 후보의 토론에 끼어 들었고, 진행자인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존재감 없는 조용한 진행을 공언했지만,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두 후보를 제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특히 진행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제지해야 했는데 진행자인 월리스는 "제발요 대통령님“ “바이든이 말을 끝낼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다리세요. 대통령님" 등의 말을 연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과 자신을 차별한다며 월리스에 불평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집계에 따르면 90분간의 토론에서 두 후보가 진행자의 질문이나 상대 후보의 발언을 방해한 것은 93번이다. 1분에 한 번꼴로 끼어든 것이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한 횟수는 71번, 바이든 후보가 22번으로 4번 중 3번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의 맥을 끊었다.
미국 대선 TV토론은 현지 시간으로 오는 15일과 22일 두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사진 = 연합뉴스>
◆ 美 언론의 평가
미국 주요언론들은 부끄러운 토론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1면에서 '트럼프의 방해가 1차 토론을 극도의 혼란으로 만들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CNN 방송의 앵커인 울프 블리처는 "지금까지 본 대선 토론 중 가장 질서가 없었다"고 비평했다.
NBC 방송 앵커 레스터 홀트는 "우리가 뭘 보고 있었던 건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통령 정치의 새로운 최저점을 찍었고, 최고의 국가적 수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하는 등 대부분의 언론이 '국가적 망신'이라고 평했다.
◆ 해외의 반응
앙겔라 메르켈 총리 측은 “지난밤 미국 토론회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페이스북에 “끼어들기와 말싸움이 난무했다”며 “다행히 덴마크의 상황이 아니다. 절대 저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거친 언사는 (국가를) 양극화하고 분열시킨다.”고 게시했다.
중국의 외무부 대변인은 "토론 중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이 언급된 것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 정치문화와 선거문화에서 새로운 경향을 뚜렷이 봤다”며 “그러나 그에 대해 어떤 평가도 하고 싶지 않다. 즉각적으로 선거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연구대학원의 주시 하나마키 교수(세계사)는 “내가 본 여러 유럽 매체의 논평은 기본적으로 '올해 나는 미국 유권자가 아니어서 행복하다'라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미국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많은 유럽인에게 극도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리미트의 정치학자 압둘칼렉 압둘라는 트위터에 “미국 정치의 쇠퇴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라고 썼다고 30일(현지시간)AP는 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편집장은 이 매체의 공식블로그에 “미국 정치의 TV토론에 대해 감탄하곤 했는데 다시 보니 훨씬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며 “내 눈엔 미국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썼다.
◆ 트럼프, 바이든의 평가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 케일라 맥커내니는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이후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라며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디어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이든을 시험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은 매우 약했고 투덜거리고 있었다”며 “내가 본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토론회를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정치 자금 후원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에 따르면 토론 후반부 오후 10~11시에 380만 달러의 후원금이 들어왔다며 온라인 모금 플랫폼에서 1시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 1차 토론 후 여론조사 결과는?
이렇듯 '막장'으로 치달은 토론의 여파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내외로 퍼졌다. 말 끊기·인신공격 등이 난무하고 막상 정책토론은 건질 게 없었다는 비판여론이 대체적으로 나왔다.
선거 결과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토론 막판에 시사한 발언도 토론의 격을 떨어트렸다.
CNN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가 토론회 직후 568명을 대상으로 벌인 공동 조사(오차범위 ±6.3%) 결과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60%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는 평가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후보가 더 진실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5%가 바이든 후보를, 29%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대답했다.
토론회 직전 같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우세 후보를 전망하는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56%로, 43%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했다.
미국 CBS 뉴스는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 1039명을 조사(오차범위 ±3.4%)한 결과, 69%는 “짜증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유익했다”는 유권자는 17%에 그쳤다.
◆ 토론방식 바뀌나?
이렇듯 첫 번째 대선 토론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미국 대선 토론위원회(CDP)는 30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간 질서 있는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형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규칙을 위반한 토론자의 마이크를 끄는 게 유력한 조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위터에 다음 토론을 위한 제언으로 사회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크를 끌 수 있는 권한을 주거나 그래도 입을 다물지 않으면 아크릴수지로 된 투명 원뿔을 씌워야 한다고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