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병위한 환자의 피접(避接)과 정치인 피접의 바른길은 뭘까
피접(避接)이란? 마음의 병(病), 육신의 병(病)을 앓는 사람이 병(病)의 치유에 유리한 곳으로 기거(寄居)할 자리인 거주공간을 찾고 옮겨 가서 요양함을 이르는 말이다.
피접(避接)이란? 사람이 병(病)이 들어 약(藥)을 써도 별 효험이 없거나 병(病)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 기존에 기거하며 살던 집을 피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가 요양하던 풍습을 가리켜 부르던 말이다.
피접(避接)은 우리나라 태음력에 기록된 수조동토(修造動土)와 길흉신살(吉凶神煞)은 모두 도가(道家)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며, 처음 예맥(濊貊) 때에 시작되어 한(漢)나라를 거쳐 다시 우리나라에 들어온 풍습이다.
여기서 예맥(濊貊)은 고대 한민족의 종족명으로 한반도의 북부지역과 중국의 동북부지역에 살던 한민족(韓民族)의 근간이 되는 민족 중의 하나다.
남조 송(宋) 나라 범엽(范曄)이 지은『후한서(後漢書)』에 “예맥 사람들은 병(病)이 들면 기존에 살던 옛집을 버리고 새로 집을 지어 이사한다.”고 하였고,『용재수필(容齋隨筆)』에는 “세속에서 사택을 짓다가 혹 병(病)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모두 범토(犯土)한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범토(犯土)란? 집터의 흙(土)이 병(病)이 들었거나 토신(土神)을 범했다는 뜻이다.
도가(道家)에는 병(病)이 들어 잘 낫지 않을 경우에 사토(謝土)하는 방법과 피접(避接)하는 방법이 있었다.
한(漢)나라 안제(安帝) 때에 태자가 병이 들어 유모 왕성(王聖)의 집으로 피접을 하였는데, 그 때 재상 병길(邴吉)이 왕성의 집은 새로 수리하여 토신(土神)을 범했기 때문에 오래 거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것은 도가의 풍속으로 예맥과 같은 맥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풍속은 조선시대에 와서도 성행하였는데, 특히 왕가(王家)에서 피접을 한 사례가 많았다. 태조·정종·태종 등이 상왕으로 있을 때에 병(病)이 들자 다른 궁으로 옮겨서 병(病)을 치료한 일이 있고 왕후와 비빈들의 피접은 예사로운 일처럼 다반사로 행해졌다.
이기(李墍)의『송와잡설(松窩雜說)』에 의하면, 조종조의 궁중 아기씨들이 병(病)에 걸리면 피접하는 곳으로 반드시 종실이나 사족의 집을 정하였다. 또 모든 대군과 군(君)·옹주(翁主)들도 병(病)이 들면 요양을 위해서 피접하는 일이 많았다.
이 때에 궁중의 여관(女官)들과 별감(別監)들이 조종하여, 피접을 어느 방위로 가면 길하고, 언제 가면 길하며, 누구의 집이 길하다 하여, 불의에 사족의 집으로 나가 부표(付標)를 붙이고 당장 집을 비울 것을 독촉하는 비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피접에 소요되는 기간은 보통 한 곳에서 며칠 또는 15일 정도씩이었는데,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피접을 하였기에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이로 인해 남의 가산을 탕진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피접(避接)이란? 질병 치유에 유리한 자신의 육해살(六害殺)의 방위에 해당하는 국가 지역으로 기거할 자리를 옮겨 가서 요양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 거슬러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면 별무 소득으로 효과가 없음이 자연의 이치다.
피접(避接)이란? 질병 치유에 유리한 자신과 연대(緣帶)가 잘 맞고 합(合)을 잘 이루는 터(地氣)가 있는 거주공간으로 기거할 자리를 옮겨 가서 요양함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병자(病者) 자신과 연대(緣帶)가 잘 맞는 곳이란 지령(地靈)과의 합(合)을 잘 이루는 곳을 말한다.
피접(避接)이란? 마음의 병(病), 육신의 병(病)을 앓는 사람이 병(病)의 치유에 유리한 때와 시기를 잘 택일(擇日)하여 다른 곳으로 기거할 자리를 옮겨 가서 요양함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피접(避接)을 떠나는 시기와 귀환의 시기가 적합하게 잘 맞아야 효과가 더 극대화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치적인 시련과 실패로 인해 좌절감 상실감 등에 빠져 마음의 병(病)을 앓는 정치인이 토굴(土窟)이나 국외로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도 일종의 피접(避接)에 해당하는 것이다.
예컨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정치인 시절에 미국 망명생활이나, 손학규 전 대표의 강진 토굴생활이나, 안철수 전 대표의 독일 해외연수 등의 예가 바로 정치인의 피접(避接) 생활에 비유할 수가 있다.
따라서 정치인의 경우에 망명국가·해외연수의 국가·토굴·낙향 등 피접(避接)을 떠나는 국가 또는 지역은 물론 해당 지역에서의 거주할 터인 공간(空間)을 잘 골라야할 것이고, 피접(避接)을 떠나는 시기(天時)와 귀환의 시기(天時) 또한 잘 가려 제대로 선택해 가고 와야만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