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관,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성인지 집단학습' 답변 논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 위해 긍정적인 요소 찾아내려 노력해야"
국민의힘, 정의당 등 야권은 일제히 '장관 사퇴, 여가부 해체' 주장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국민 전체의 성인지 감수성 집단학습 기회'라고 강변한 것과 관련, 야권은 일제히 이 장관을 성토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이 장관은 5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재보궐)선거에 예산 838억 원이 사용되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고 묻자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을 자초했다.
윤 의원이 "학습비라고 생각하느냐. 진정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한민국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고 추궁하자, 이 장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한다"고 강변했다.
이 장관은 이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냐'라는 윤 의원 질의엔 "수사 중인 사건에 죄명을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성평등 문제나 성폭력 피해 문제가 과잉 정쟁화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서울시 피해자가 과잉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직장에 복귀해 정년까지 안심하고 마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당 임이자 의원도 추가 질의에서 "여가부 장관은 법무장관도 검찰총장도 아니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기 때문에 권력형 범죄라는 말은 못하겠다?"라면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힐난했다.
야당은 일제히 이 장관의 사퇴와 여성가족부 해체까지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피해자인 여성의 고통을 보듬고 대변해도 모자랄 여가부장관이 오히려 여당의 후안무치를 감싸기 위해 '학습기회'라는 황당한 궤변도 늘어놓고 있으니, 이쯤되면 이 장관도 여성가족부 장관이 아닌 n차 가해자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하는 발언"이라면서 "여성이 아닌 여당을 위한 장관은 필요없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언에 말문이 막힌다"며 "국민의 성인지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성추행 및 성추문을 일삼아 주길 당부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여가부가 정권에 결탁한 단체들에 국민 혈세를 줄줄 새어나가게 하는 일에 앞장서느라 본연의 업무엔 관심이 없다"면서 "(여가부를)존속시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느니 차라리 해체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역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과연 여가부 장관의 입에서 할 말인지, 두 귀를 의심케 한다"고 질타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이어 "이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위계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로 인해 치르게 되는 선거"라며 "피해자의 피해 호소는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커져가고 있고, 더군다나 무려 838억원의 국민 혈세가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말 그대로 혈세 낭비가 발생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 내년 '성인지 집단학습' 운운하며 사실상 두둔에 가까운 궤변을 하고 있으니, 이는 온전한 정신을 갖고서는 도저히 할 말이 아니다"라면서 "심지어 선거와 결부돼 정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집권여당의 심기를 살피는 발언까지 했다"고 개탄했다.
나아가 그는 "여가부 장관이 눈치와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것은 집권여당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 여성과 여전히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들"이라고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