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 자사주 매입 가능해지며 주주 환원의 길 열려
국내 은행, 금감원의 요구대로 배당 자제하고 충당금도 쌓아야
◆…뱅크 오브 어메리카. 사진=조세일보 DB
미국 대형은행들의 대부분이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통과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환원에 나서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주주 환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일부 금융회사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금융회사의 배당 자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 분야에서 예외적이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금융시스템이 받게 되는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고 재무 건전성을 평가한다.
스트레스 테스트 분석은 자산과 부채 등 재무상태를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리스크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기법이다.
윤 금감원장은 “현재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등 대부분의 업권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좋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금융기관이 배당을 자제하고 대손충당금을 쌓기를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는 U자형(회복)과 L자형(장기화)을 각각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U자형에서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L자형에서는 금융지주를 포함해 일부 금융회사들이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배당 자제와 대손충당금 쌓기의 빌미가 된 셈이다.
윤 금감원장은 “기업 입장에서 배당으로 지급하면 내년 코로나로 상황이 악화될 때 자본금 여력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기업가치가 하락한다”면서 “배당 재원을 내부에 갖고 있다가 나중에 필요하면 사용하고 필요 없으면 배당으로 쓰면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에 대해 배당성향을 20% 수준으로 가져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윤 금감원장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빌미로 금융지주가 배당성향을 15~25%로 가져갈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하반기 미국 대형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지난 23일 발표한 바 있다.
미 연준의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코로나 위기의 불확실성을 반영하여 상반기에 이어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지난 2010년 스트레스 테스트가 도입된 이후 추가적인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미 연준은 지난 2018년 금융기관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한 방법론을 도입했고 미국의 18개 대형은행은 자본적정성과 질적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20개 중소형 은행은 양적요건만 충족하도록 했다.
미 연준의 금융기관 스트레스 테스트는 baseline(기초선), adverse(불리), severely adverse(아주 불리)의 시나리오로 나누어 진행된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는 V자 형태의 침체와 회복을 가정하는 시나리오와 U자형 회복을 가정하는 시나리오로 나눠 진행되었으며 보수적인 상황을 가미했다.
실업률 최고치의 경우 올해 상반기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10.0%를 적용했으나 V자형에서는 12.5%, U자형에서는 11.0%를 가정했고 침체가 보다 장기화되는 상황을 더했다.
결과는 미국 은행은행들의 자본비율과 충당금적립률이 상반기 테스트 기준일인 2019년 말에 비해 높아지면서 손실흡수능력이 개선됐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스트레스 강도에도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HSBC 미국법인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유일한 은행이 됐다. HSBC 미국법인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주주 환원 방법들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대형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양호하게 나타나자 올해 3월부터 금지되었던 자사주 매입 조치를 허용했다.
다만 코로나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허용 시기가 내년 1분기까지, 한도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금액을 4개 분기 평균 순이익의 범위로 제한했다.
미국 은행들은 연준의 자사주 매입 허용을 계기로 주주 환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이피모건과 모건스탠리는 각각 300억 달러와 1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 은행들은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결과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지면서 주주 환원의 길이 열렸지만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로 인해 주주 환원이 힘들게 되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