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사업주 형량 '징역 2년→1년·벌금 하한선 삭제' 합의
산재 사망사고 발생, 책임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이하 벌금'
백혜련 "임의적 병과 추가…또한 벌금형·징역 함께 선고 가능"
◆…여야가 5일 오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세부 논의를 한 결과,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처벌 수위를 정부안 대비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사위 법안소위 회의 시작 전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5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 대한 세부 논의를 한 결과,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처벌 수위를 정부안 대비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 정부안의 주요 골자인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낮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날 오후 법안소위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사망의 경우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원으로 했고, 그 대신 임의적 병과를 추가했다. 또 벌금형과 징역을 함께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이어 법인 처벌 조항과 관련해선 "사망시 50억원 이하, 부상 및 질병은 10억원 이하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한은 없애고 상한을 높이는 형태로 실질적, 구체적 사례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쪽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백 의원은 또한 "중대재해법의 적용범위가 넓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런 것을 다 고려해 다양한 경우에서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산업재해 피해자 보호는 두텁게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정의당은 논의과정에서 원안에 비해 대기업 처벌 규정이 약화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실제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대기업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는 것이었다"라면서 "(최초 발의한)강은미 의원 안(案)에는 대기업의 경우 매출의 10분의 1 이상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되면 실제 대기업에 대한 처불 규정이 상당히 약화됐다고 평가한다"면서 "이 문제가 다시 추가 논의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이날 법안소위 심사를 재개해 다중시설적용 조항 등 남은 쟁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오는 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백신-방역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8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생활물류법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생활물류법은 이미 합의가 됐고, 중대재해법은 재계와 시민단체 등의 요구사항이 대립을 보이는 가운데 여야가 합의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소상공인연합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4일 여야 원내대표를 방문, 기업주 처벌 완화 등이 포함된 중소기업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 단체가 요구한 내용에는 기업주 처벌을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하고, 산재예방 의무를 다한 기업 처벌 면제 그리고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2년이상)을 상한 규정으로 바꿀 것 등이 포함됐다.
앞서 중소기업계는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자금 사정 등으로 중소기업은 모든 사고의 접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99%의 중소기업 오너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사업주에게 최소 2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법 제정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이들 단체 대표들과 만나 요구사항을 청취한 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 의견을 경청하고, 해당업계 의견이 현실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해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민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대로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재해사고 유가족들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재계와 시민단체·노동계와 재해 유가족들의 각각 다른 입장에 대해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어떤 방향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결론을 내놓을 지에 새해 벽두부터 국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야는 오는 8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다. 백 의원은 "8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오늘 최종 의결을 하지 못한다면 내일 바로 소위를 열어 최종 의결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