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율, 명목 GDP 증가율보다 9.5%p 높아…역대 최대
은행, 연말 신용대출 대폭 줄였으나 올들어 신용대출 재개 움직임
◆…자료=한국은행, 은행연합회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훨씬 뛰어 넘으면서 가계대출 관리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게 됐다.
조세일보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은행 18개사의 가계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계대출 규모가 821조7534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9.9%(74조350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경제성장률을 보여주는 명목 GDP(국내총생산)은 지난해 9월말 현재 0.4% 수준으로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DP는 한나라의 영역내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산한 것으로 지난해 9월말 시점의 명목 GDP는 전년동기에 비해 0.4%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18년 3월의 경우 명목 GDP 증가율이 5.2%이며 18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8.2%로 가계대출 증가율과 명목 GDP 증가율의 차이가 3.0%포인트에 불과했다.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이 꾸준히 늘었지만 명목 GDP 증가율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가 하락하면서 0%대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9월말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9.9%에 달하고 있고 명목 GDP 증가율은 0.4%에 머물러 가계대출 증가율과 명목 GDP 증가율의 격차가 9.5%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을 과하게 넘어선 대출 증가율은 부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은행들이 과도하게 대출을 늘리면 일시적으로 순익이 늘 수 있으나 후행적으로 대손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대출증가율이 명목 GDP 증가율을 3% 안팎으로 상회하는 것이 적정하며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하고 있다.
은행 대출은 지난해 11월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액이 13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주택 매입 자금 수요와 주식투자용 대출 확대 및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생활로 인해 대출이 늘어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대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와 월별 잔액 목표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등 은행권의 가계대출에 대한 고삐를 죄려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면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된 은행에서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겠다고 돈을 풀지 않으면 코로나19로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자칫 부익부빈익빈 현상마저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말 신용대출 제한 등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으나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올들어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으로 신용대출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시행한 신용대출 한도 축소 조치를 완화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춘 일반인 대상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KB Star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 2억원으로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적용해 온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 축소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직군별로 최대 1억5000만원이었던 기본 한도가 최대 5000만원으로 조정된다.
우리은행은 중단했던 직장인 대상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마이너스통장의 최대 대출 한도는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작년 11월말 최대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연말까지 중단했던 직장인 고신용자 대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다시 내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둔화되면 은행의 순익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와 주가에 부정적인 면이 되지만 부실대출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어 펀더멘탈에는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