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다른 임직원들 '유죄' 확정
"증거수집 절차적 위법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 인정"
삼성 임원들, '그린화' 전략 기획해 노조 설립 움직임 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8월 10일 오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나머지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선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일 오전 10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이 전 의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2심은 검찰이 확보한 하드디스크가 '위법 수집 증거'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장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들이 위법하게 되면서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증거수집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봐 그 증거능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영장은 '삼성전자 본사, 서초 사옥, 우면 사옥' 중에서도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관리실의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에 한해서만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며 "그러나 인사팀에서 보관 중이던 이 사건 저장매체를 압수한 것은 영장의 효력범위를 벗어난 집행행위로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 사건 전자정보와 그 출력물은 영장의 장소적 효력범위에 위반해 집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장 제시의무를 위반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 및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취득한 증거"라면서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으며, 전자정보 출력물을 제시받거나 그 내용에 기초해 진술한 증거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과정에서 삼성 측이 하드디스크 등을 인멸하려던 것을 포착했다. 검찰은 인사팀 직원을 증거인멸 현행범으로 체포해 차량에 있던 USB를 확보했고, USB를 분석하던 중 삼성 측의 노조와해 정황을 확인해 압수수색해 문건을 입수했다.
다만 대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지만,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인 '사용자'로서의 지위는 인정했다.
이 전 의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창업 초기부터 이어진 '무노조 경영' 방침을 지키기 위해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을 와해시키기 위한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당시 종합 상황실을 만들어 임금 삭감이나 차별 대우, 표적 감사 등 노조 탄압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개별면담 등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 이유로 한 임금삭감 △단체교섭 지연·불응 △재산관계 및 임신 여부 사찰 등 광범위한 노조 방해 행위를 한 것으로 봤다.
한편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징역 1년4개월,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각 징역 1년과 1년4개월이 확정됐다.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송모 삼성전자 자문위원은 징역 1년, 징역 10개월을 각각 확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