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 CI
전국택시단체 4개가 카카오의 상생안을 거부하는 성명문을 10일 발표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이날 카카오의 상생안이 가맹사업자와의 협의체 구성, 프로멤버십 인하 및 스마트호출 폐지 등 종전 상생안을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그간 수차례 요구했던 불공정 배차 행위와 수수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부실한 상생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택시단체들은 성명문을 통해 불공정 배차 해결, 과도한 가맹수수료 시정 등을 요구했다.
"불공정 배차,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택시단체 관계자는 "평점제를 통해 높은 평점의 운전기사에게 호출이 우선 배정된다는 것이 카카오측의 주장"이라며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고 강제배차되는 가맹택시가 높은 평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라고 주장했다.
또 "카카오가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알고리즘 공개를 거부하며 동작 원리에 대한 설명만으로 불공정 배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현장 피해자인 택시업계가 수긍할 수 있는 방법 제시 없이는 어떤 해석과 판단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업계의 입장에선 택시업계의 이러한 주장이 다소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차 확정까지 걸린 시간을 점수에 반영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차량 위생, 서비스, 주행 만족감 등이 큰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무형자산은 올해 2분기 기준 자산총계의 23%인 3조4800억원"이라며 "배차 알고리즘이 카카오의 무형자산 중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떠나서 IT업계에 있어 알고리즘 공개는 매우 중요한 자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형적 가맹계약에 의한 과도한 가맹수수료 시정해야"
택시단체는 KM솔루션이 가맹수수료를 수수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중 일부를 환급하는 등 기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과도한 가맹수수료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단체 관계자는 "매출의 20%라는 고율의 수수료를 KM솔루션이 납부받고 가맹사업과 관련 없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의 16.7%를 환급하는 이중계약"이라며 "택시 가맹업체 매출의 20%를 카카오 자회사의 매출로 삼아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지적 역시 기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KM솔루션이 가맹계약을 맺은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제휴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두 계약은 별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해석이다.
빅테크 업계 관계자는 "택시를 통해 받은 데이터를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에 활용하는 등 여러 도움을 받다보니 카카오가 택시기사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주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환급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매출 과대계상과는 결이 다를 뿐더러 KM솔루션에서 지급해줄 수도 없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CEO 직속의 상생협력자문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지난 6일 밝히며 협력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자문위는 택시·대리기사 등 서비스 파트너들과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면서 상생기금 조성·집행, 신규사업 진출 시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 분석 및 상생방안 마련 등 업무를 맡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