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EU 제재경고에 “가스공급 차단”…난민사태, 러-EU 구도로 번져

EU, 벨라루스 망명 패키지 판매 등 이번 사태 조장 의혹에 추가 제재 논의

벨라루스, 강경 대응 예고 “제재 확대 시 EU 향하는 가스공급관 차단”

NATO 폴란드지지 약속…러시아, 벨라루스 영공에 폭격기 띄워

메르켈-푸틴, 이틀 연속 전화 통화로 논의 “신속히 해결돼야”

벨라루스-폴란드 난민사태로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EU(유럽연합)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경우 자국을 통해 EU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이번 난민사태는 지난 8일 벨라루스에 체류하던 수천 명의 중동 난민이 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몰려들며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면서 고조됐다. 폴란드는 국경지대에 1만5,000여 명의 군사를 배치해 이를 방어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와 일부 EU국가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난민의 이동을 배후에서 의도적으로 조정했거나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일 벨라루스가 국영 여행사를 통해 자국의 난민들에게 EU행 ‘망명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패키지에는 폴란드로의 원경 안내 방법 등인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 또한 이번 난민사태를 제재에 대한 벨라루스의 보복 조치로 보고 추가 제재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며 러시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EU는 이런 벨라루스를 강한 제재로 압박해왔다.

반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러한 의혹을 일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는 이번 사태의 무대일 뿐, 이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과 내가 무슨 관계가 있냐”며 과거 서방국가들의 중동에 대한 군사개입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11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그는 EU가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유럽으로의 가스공급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우리는 유럽에 난방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천연가스 부족난으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에 제공되는 가스는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지나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된다.

한편 이번 난민사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폴란드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고 벨라루스를 지지하는 러시아가 영공에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키면서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대치 구도로 번지고 있다.

이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에 이은 전화 통화를 통해 이번 난민사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크렘린궁은 이날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위한 EU 국가와 벨라루스 간의 접촉 재개를 지지한다”고 말했으며 양 정상이 이번 위기의 신속한 해결이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