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갈등 책임, '윤 52.4%' vs. '이 30.6%'
'김종인, 이준석' 對 '윤핵관' 갈등 표면화
선대위 해체 후 개편… 尹 고심 깊어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50% 가까운 정권교체여론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의 후보에 10%P가량 뒤지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선대위 총사퇴라는 혁신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이 윤 후보에게 있음에도 윤 후보는 건드리지 않은 채 선대위를 부순다고 문제 해결이 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원인은 둔 채 곁가지를 부수는 처방으로 중도층의 민심을 되돌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여러 매체와 유튜브 등에서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은 부분은 ▲윤 후보의 국민정서와 괴리된 잇따른 실언 ▲김건희 씨의 허위이력 의혹 등 본부장(본인·부인·장모)문제 ▲삼프로TV 등 여러 토론회 등을 통해 드러난 윤 후보의 경제에 대한 실력·인식 등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런 핵심적인 문제는 놔둔 채 선대위·원내지도부 총사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내 던졌다.
더구나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석열·이준석 갈등의 책임이 이준석 당대표에게 있는 양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 또한 국민들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어서 국민의힘에 더 큰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적군인지 아군인지... 당대표 몰아세우는 국민의힘
김용남 국민의힘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는 선대위 내홍과 관련해 4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당 대표를 향해 '계륵', '걸림돌'이라고 표현하면서 당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김 특보는 "이 대표가 계속 당 대표로 남아 있으면서 또 선대위에 참여하는 형태로 결론이 난다면 전통적인 지지층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윤 후보 입장에서는 점잖게 표현하면 (이 대표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고 이 대표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하는 상황이 됐으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정치 관례고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또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선대위가 하라는대로 연기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명백히 말실수한 것 아닌가"라며 "'연기'라는 용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쓸 수 없는 단어"라고 비판했다.
또 김재원 최고위원 역시 "전체 의원들의 요구가 과연 어디에 닿아 있는가를 먼저 보라"며 이준석 대표를 겨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 사퇴에는 이 대표의 사퇴까지 포함돼야 완결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원총회 내지 의원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지도부가 사퇴를 결행했다. 의원들이 예를 들어 당 지도부의 책임도 있다고 사퇴를 요구한다면 저는 기꺼이 사퇴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원내지도부의 일괄 사퇴는 이준석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 카드를 꺼내 들며, 이 문제에 대해 선대위 내의 윤핵관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이렇듯 국민의힘 선대위와 당 내부에서 소위 윤핵관과 김종인, 이준석 대표 사이에 권력 다툼 양상이 표면화 되면서 선대위 해체라는 극약 처방이 나왔지만, 윤 후보가 중심을 잡고 갈등을 봉합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3일 내홍 수습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총사퇴와 관련.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고 제가 부족한 것"이라며 "국민께 정말 깊이 사과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당사를 떠나는 윤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 윤-이 갈등, "윤 책임 더 크다 52.4%, 이 책임 더 크다 30.6%"
MBC가 의뢰해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 12월 29~31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에게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은 누구의 책임 더 큰가'를 물은 결과 윤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52.4%로, 이준석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30.6%에 비해 거의 22%P 높았다.
특히 40대에서는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15.9%, 윤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73.3%로 높게 나타났고, 20대에서도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20.4%인 반면, 윤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55.5%로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60대에서는 이 대표의 책임이 높다는 응답이 46.8%로, 윤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 40.2% 보다 높았고, 70대 역시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41.7%, 윤 후보이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30.6%로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100%로 3개 통신사에서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 번호를 무작위 추출해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27.2%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MBC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준석 때리면 민주당이 어부지리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3일 한 방송 출연해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에 대해 "문제의 원인이 윤 후보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만약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처럼 당대표를 저렇게 무시하고 배제하면 저도 그걸 수용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송 대표는 "윤 후보가 2030 세대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흐름을 흡수하지 않고서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윤 후보의 여러 실언과 태도 등에서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상호 의원은 국민의힘 선대위 사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연기라도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라는 것은 윤 후보의 수준이 그만큼 처참하다는 뜻"이라며 "후보가 쇄신되지 않는데 선대위의 구조를 바꾸고 사람을 갈아치운다 한들 상황이 달라질 리 없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