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들, 올해 갚아야 할 빚 42조 원…"채무불이행 위기 직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올 한해 갚아야 할 빚이 42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저소득 국가 74개 나라가 올 한 해 동안 갚아야 할 정부와 민간 부분 부채가 350억 달러(4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0년 대비 45% 증가한 것.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가장 취약한 나라로 스리랑카를 지목하며 국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가나와 엘살바도르, 튀니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상황.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이들 나라는 돈을 벌 수 있는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채무 상환 재개에 마주하고 있다"며 "채권자가 자원을 저당잡으면 이들 나라의 무질서한 채무불이행 위기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세계은행은 지난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빈국 가운데 약 60%가 채무 재조정이 필요하거나 그 위기에 가까이에 있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저소득 국가와 중간소득 국가의 정부와 기업이 매년 약 3000억 달러(360조 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30% 이상 높은 것.

주요 20개국(G20)은 2020년 4월 73개국에 200억 달러(24조 원)에 달하는 부채는 연장해주기로 했다. 다만 국제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부채 상환이 연장 조건을 받은 나라는 42개국 127억 달러(15조 원)에 불과했다.

한편, 빈국들의 차입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최근 물가상승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기준금리를 높이고 있어 빈국들이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같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으나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빈국들의 부채 부담을 줄여줄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은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재정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들이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G20은 어려운 저소득국의 채무상환을 유예해주는 '채무 원리금 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SSI)를 같은 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DSSI는 빈국들이 다른 나라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채무자에게 동의를 받고 같은 규모의 빚을 민간 채권자들로부터 빌릴 수 있게 하는 방식.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빈국의 자본시장 접근을 차단할 수 있으며 현재 에티오피아와 잠비아만 신청했으나 협상은 좀처럼 진전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린스펀 사무총장은 "어떤 나라가 빚을 갚는 데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란 어렵다"며 "민간 부분이 이들 나라에 불이익을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