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安유세버스 기사 "안전수칙 고지?... 이동 중 전광판 틀라고 요구"

운전기사 A씨 "업체나 선대위에서 지침이나 안전교육은 전혀 없었다"

A씨 "전광판 꺼지고 연기 자욱해 징후 보였다... 동료들에게 전화해 당부"

A씨 "모 지역선대위원장, '이동 중 LED전광판과 확성기를 틀라'고 요구"

최영록 경북선대위원장 "중앙당, 유세차에 탑승해 선거운동 하라고 요구"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밤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업체는 '버스에서 발전기를 통해 LED를 틀게 되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을 열고 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사고가 난 유세버스는 정차 중 LED를 틀고 추위 때문에 문을 열지 않은 상태로 있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안전수칙을 사전에 공지했다고 업체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며 "다른 데는 안전수칙을 지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래핑버스가 광고활동을 다니는 건 봤어도 버스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LED전광판을 붙여 유세하는 건 처음 봤다"며 "우리는 버스에 이런 걸 설치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반대했고, '이러면 우리는 못 하겠다'며 계약 자체도 반대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모 지역선대위원장이 유세버스 이동 중에 LED전광판과 확성기를 틀라고 계속 요구해왔다. 저는 뒷문을 열어놓은 채로 운행한다면 몰라도, 휘발유 차에 엔진이 돌아가고 있으니 화재 위험이 있을 것 같아서 이동 중에는 곤란하다고 거절했다"고 했다.

이어 "다들 식사하러 가시고 식사할 곳이 없어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오니 전광판이 꺼져 있었다. 왜 고장이 났는지 보려고 문을 연 순간 '뻥'하는 소리가 났다. 차내엔 뿌연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며 "회사 동료들에게 '절대 문 닫고 켜지 말라'고 다 전화를 돌렸다. 돌아가신 분들은 우리 회사 동료가 아니라 연락처를 몰라 연락을 못 돌렸다"고 말했다. 최영록 국민의당 경북선대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어제 중앙당 조직국에서 '지역선대위원장들과 선거운동원들도 유세차에 탑승해서 선거운동을 하라'고 전화가 왔다. 만약 우리가 중앙당 지침대로 20~30명씩 탔다면 유세버스에 앉아서 놀았겠느냐"며 "확성기로 방송도 하고 LED 전광판도 틀었을 텐데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어제 저녁에 LED전광판을 켠 상태로 시험 삼아 운행해보자고 기사에게 제안했더니, 기사가 다른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며 위험하니 하지 말자고 해서 안 했는데 큰일 날 뻔했다"며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유세차 한 대에 선거운동원 70~80명을 쓰는데, 경북 13개 선거구 전체에 버스 한 대와 선거운동원 20명을 배정해 선거운동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수칙 사전고지 여부와 유세버스 탑승 요구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자 국민의당 관계자에게 전화했지만, 관계자는 "사고수습이 최우선이라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며 "업체나 중앙당 요구에 대해 저희 대변인단이 아는 바는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날 충남 천안에 정차해 있던 유세버스 운전기사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대위원장이 사망했고, 안 후보의 강원 지역 유세버스 운전기사는 현재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