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주요 부대가 국경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나토, “우리가 보는 것은 오히려 러시아의 병력 증강이며, 위성 이미지를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를 앞두고 우크라 사태와 관련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러시아와 서방이 전운 위기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병력 철수 영상 공개에도 여전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남부 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철도로 원주둔지를 향해 복귀하고 있다”면서 크림교를 건너는 탱크, 보병 전투 차량, 자주포 부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또 다른 성명에서도 “예정된 훈련을 모두 마친 서부 군관구 소속 군인들이 탱크와 장갑차 적재를 마치고 약 1000km 떨어진 상주 기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서부군관구 소속 부대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크림교 영상. 러시아는 크림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했다.<사진 로이터>
그러나 이에 대해 서방은 러시아군의 철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러시아가 군비를 더욱 증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러시아 주요 부대가 국경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군대와 탱크를 왔다갔다 이동하는 것만으로는 철수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에 앞서 “우리가 보는 것은 오히려 러시아의 병력 증강이며, 위성 이미지를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최신 정보 보고서에서도 러시아가 후퇴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 국경 근처에서 러시아군과 친러 반군 세력을 합친 총 병력은 14만 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고위 정보 당국자도 “우크라에 대한 러시아 침공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며 만약 러시아가 침공한다면 우크라이나를 ‘불시에’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러한 평가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타스(Tass)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크를루스 프란사 브라질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방이 우리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건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고 비난했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더선 등 언론에 부탁한다. 우리가 우크라를 침공할 1년치 스케줄을 대신 좀 짜달라”고 비꼬는 글을 게재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 고조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서방과 러시아 간에는 치열한 공방이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병력과 전술 무기 등을 ‘모두’ 철수하는 등 러시아의 명백한 행보만이 국제 사회가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