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부회장은 유효투표 34표 중 23표를 획득, 당선이라는 열매를 안았다. 사상 첫 여성 부회장을 노렸던 방경연 후보는 11표를 획득하는데 그쳐 분루를 삼켜야 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 날 선거는 '김 빠진 선거'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전체 회원들이 참석 하에 이뤄진 대대적인 경선이 아닌 이사회 임원들만이 모여 진행된 선거였다는 측면도 있지만 획기적인 이벤트(여성 부회장 당선)를 기대했던 회원들의 바램을 담아내지 못했던 것도 이 같은 인상을 남기는 데 단단히 한 몫을 거들었다.
승자와 패자도 예상외로(?) 담담했다.
임 부회장은 승리가 결정된 뒤 "지지를 보내주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패배를 받아들인 방 후보도 "이만큼 했으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여성세무사회장직을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방 후보가 꿈꾼 '여성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지만 아무런 결과물을 남기지 못한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가 남긴 의미도 이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일단 이번 선거는 특히 사상 첫 여성회원과 남성회원간의 '성대결'구도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세무사회 역사상 일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쉽게 말해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세무사회에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남겼다는 것이다.
비록 가능성에 머무르긴 했지만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은 분명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라는 분석. 따라서 방 후보의 패배는 향후 또 다른 도전의 밑거름이라는 결과물을 남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가 남긴 또 하나의 의미는 세무사회의 폐쇄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점이다. 사실 선거를 앞두고 이번 선거가 세무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금녀'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는 전망이 많았다.
명분도 있었고 또 사회적 분위기도 성숙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금녀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결과적으로 세무사회가 여전히 보수적 성향이 짙다는 사실을 증명한 꼴이 됐다.
물론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부회장에 당선됐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세무사회에 꼭 필요한 능력 있는 인물이 부회장에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변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또 그만큼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굳이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세무사회는 임 부회장의 연임으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회무의 연속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잃은 것도 있다.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