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코스피 국민청원 20일 마감...현재 3만5000명 동의
물적분할 모회사 주주에 매수청구권, 신주배정 제안
경영권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제도 적용 요구
“이사는 주주를 보호해야”...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
◆…세이브 코스피가 게시한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최근 횡령이나 분할 상장 등 주주권리가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주주권리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내세운 만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세이브 코스피(Save Kospi)’가 올린 ‘주주권리 보호제도 도입’ 게시글이 약 3만5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세이브 코스피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주주운동으로 김규식 한국 기업거버넌스 포럼 대표와 이효석 업라이즈 매니지스트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청원 마감일인 20일까지 20만명이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효석 매니지스트는 17일 간담회에서 “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적었던 건 인식 부족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주주권리 보호를 위해 더 많이 알리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건 세이브 코스피가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한 내용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도 반영된 만큼 주주권리 보호가 실현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이효석 매니지스트는 “입법 개혁안이 윤 당선인의 공약에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포함됐다”며 “공약대로 이행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기관 제도개선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이브 코스피의 8대 제도 개선안은 △상장사 합병비율의 공정가치 적용 △경영권 지분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 의무화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 매수청구권과 찬성주주 자회사 신주배정 △자진 상폐 시 공정가치 적용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각금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집단증권소송 소 제기 요건 확대 △증거개시제도 도입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 중 일부. 공약위키 캡처
윤 당선인의 공약 중에는 분할 자회사가 상장하는 것을 제한하는 한편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고 일정 비율을 공모가로 청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에게 매수청구권, 찬성주주에게 자회사 신주배정을 해야 한다는 세이브 코스피의 주장과 연결된다.
세이브 코스피가 제시한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경영권 지분 인수 시 피인수기업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지배주주에게만 고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급되는 관행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에 담겼다. 또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 매도를 제한함으로써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각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진 상장폐지 시 공정가치를 적용하라는 요구는 주식 상장폐지 요건을 정비하는 공약으로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상장 지속성에도 불구하고 전격 상장폐지되지 않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전 단계 관리체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윤 당선인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회계와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미공개 정보이용,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세이브 코스피는 집단증권소송 소 제기 요건 확대, 증거개시제도 도입 등 요구사항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규식 대표는 “8개 입법안은 이사가 사내유보금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대주주에게 이전하는 배신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최우선적으로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를 개정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이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지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간극이 좁혀져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은 지주회사 재평가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