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선 뒤 첫 회동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대통령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의 회동 중 가장 늦은 19일 만이다.
이날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정해진 의제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대면 회동은 지난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21개월 만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자격이었다.
공교롭게 만찬이 잡힌 이날 검찰은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하 기관장들의 사표 제출을 압박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의 산업부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 25일 김의겸 의원은 검찰의 '저강도 쿠데타'가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28일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한전 산하 중부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등 4개 자회사와 공기업인 한국에너지공단·지역난방공사·광해광업공단·무역보험공사 등 총 8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이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소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산업부 압수수색에 대해 "보고를 받고 '참 빠르네'라고 표현했다"고 전한다. 시기적으로 아직 대통령직에 오르지도 않은 윤 당선자를 향한 검찰의 '코드 수사'(?)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고발장 접수 뒤 2019년 5월 참고인 조사 이후 3년 가까이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 검찰의 수사 재개 논리가 조금 군색해 보인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유죄확정 판결이 나온 후 법리검토를 한 결과 재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새롭게 증거가 나오거나 새로운 증인이 나온 것이 아님에도 재수사를 하는 모양새가 퇴임을 앞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역시 이런 의구심 때문인지 "검찰 수사는 당선인의 의중이 아니라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향해야 한다"며 민주당 내의 우려를 전했다.
과거 검찰의 과잉수사와 별건 수사 등 수사권 남용을 일러 '인디안 기우제'에 빗대곤 했다.
왜 검찰 수사를 비가 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에 빗댔는지는 검찰 스스로가 더 잘 알것이다.
여기에 더해 검찰 내부의 수사는 번번히 제대로 된 수사를 보여주지 못한 의구심 또한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와 '99만원 불기소 세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든 국민들이 다 알아보는 화면 속 김학의 차관을 검사들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접대 비용까지 꼼꼼히 다시 계산해서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수사에 국민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런 검찰 수사의 폐해에 대한 요구가 검찰개혁으로 분출됐음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윤 당선인은 당시 '불기소 세트' 사건에 대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대국민 사과를 약속했지만, 그 후로도 윤 당선인의 사과를 들어본 기억은 없다.
과거 초한지나 삼국지 등 중국 역사에서는 홍문연처럼, 연회장에서 칼춤(劍舞)을 추며 상대 군주를 시해하려는 시도를 펴곤 했다.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으로 촉발된 '검찰공화국' 논란이 청와대 회동이 잡힌 날 만찬장을 아른거리는 검무는 아닌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기우(杞憂)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