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검찰에 고발되는 사태를 맞았다.
고발사유는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세법에 특별히 면세특권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십 수년 동안 목사 등 종교인들에게 소득세를 걷지 않는 등 사실상의 세금혜택을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세청 고발을 주도한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이하 종비련)은 "현행 소득세법에 종교인에 대한 면세특권은 없다"며 "종교인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은 국세청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종비련 측은 검찰고발에 앞서 '근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조세법률을 관장하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법적 해석을 요청했다.
법적인 측면에서만 따져볼 때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법 규정에는 종교인들이 받는 보수 등에 대한 세금을 면세한다는 규정이 없다. 물론 과세소득으로 열거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목사 등이 교회로부터 지급 받는 일정 금액이 '근로소득'인지, 즉 목사가 제공하는 용역이 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근로에 해당된다면 근로소득을 내는 것이 당연해진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은 종교인들은 대번에 '탈세범'으로 몰리게 되고 또 이들에 대한 세적관리를 하지 않은 국세청의 직무유기는 명백해지는 셈이다.
논란해결의 키워드는 전적으로 재경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가 종교인들이 제공하는 용역의 근로해당 여부를 어떤 식으로 가려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종비련 측의 유권해석을 접수받은 재경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볼 때 재경부가 떠 안은 과제는 결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세가 가능하다고 인정을 한다면 '자기 식구'인 국세청의 직무유기를 인정해 주는 꼴이 되며 불가능하다고 할 경우 시민단체 등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에 대해 성숙해진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명확한 입장정리가 없다면 재경부 스스로도 직무유기를 하는 형국이 된다. 고민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셈이다.
종비련측의 주장을 다시 한번 들어보자. 종비련은 "예술가나 작가도 별도의 면세 조항이 없어 모두 근소세를 납부하고 있다"며 "종교인도 당연히 근소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비련은 또 "현재 전국에 등록된 10만여 명의 목사 가운데 약 97% 이상은 소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소득은 신도 수에 비례해 100명이면 연봉 3000만∼4000만원, 1000명이면 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입장이다.
다시 한번 핵심은 확연해 졌다.
10만 여명의 탈세범을 만드느냐(?) 아니면 정부의 핵심기관 국세청에게 '직무유기'라는 허울을 짊어지게끔 하느냐다. 남은 것은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재경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는 다소 흥미롭지 못한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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