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정몽구 회장이 1천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대선자금으로 정치권에 건넸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 현대차의 김동진 부회장과 최한영 상용사업담당 사장,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측 법률고문을 맡았던 서정우 변호사로부터 현금 100억원의 정치자금 제공 요청을 받고 이를 김 부회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채 기획관은 최 사장 소환은 대선자금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만 보는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다. 최 사장을 여러 차례 불렀다"며 2004년에 이은 제2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대선을 앞둔 2002년 하반기에 글로비스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글로비스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던 비자금 중 246억원이 2002년 출금됐고 대선을 3개월 앞둔 그 해 9월 21억원, 10월 31억5천만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검찰은 최근 사흘 연휴 동안 구치소에서 지냈던 정 회장을 8일 다시 소환해 대선자금 제공 가능성을 포함한 비자금 용처를 집중 추궁하고 있으며 조만간 필요할 경우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채 기획관은 정치권 일각에서 정 회장 구속에 따른 경제위축 우려를 제기한 것과 관련, "현대차 수사는 일정대로 진행한다"며 검찰 차원에서 선처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