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다음달 초부터 합병 등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기업은 2년간 '우회상장 종목'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또 합병으로 상장기업의 경영권이 변경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 영업양수도 등을 통한 우회상장의 경우에도 신규상장에 준하는 요건을 심사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이 폐지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우회상장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부실한 장외 기업들이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9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금감위는 빠르면 다음달 초 금감위의 승인을 얻어 시행할 방침이다.
9일 김용환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현재 우회상장 기업 중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 미공개 정보이용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일부 기업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며 "특히 임직원, 주요주주, 우회상장 업무를 대리하는 구조조정 전문회사 등으로부터 정보를 수령한 사람이 우회상장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 "(현행 제도에서는) 합병으로 상장기업의 경영권이 변경되는 경우나 포괄적 주식교환, 영업양수도 등을 통한 불건전한 우회상장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규제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등 모든 우회상장 유형에 대해 비상장기업의 신규 상장에 준하는 합병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상장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위는 합병회사와 감사계약을 체결하거나, 평가담당 회계사가 합병회사에 출자한 경우 등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외부평가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또 외부평가기관을 복수 기관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재경부와 협의를 완료했다.
이는 우회상장 기업들이 합병비율 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산정하더라도 사후에 확인이 어려운 등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금감위의 실태파악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의 평가가격이 순자산가액의 4.1배에 달하는 등 비상장기업의 수익가치가 상당히 과장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위는 또 투자자가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기업 결합 후 최대주주, 경영진 및 사업내용 변동사항 등 우회상장에 대한 내용을 별도로 기재하도록 공시 신고서 서식을 개정하기로 했다.
우회상장법인은 상장 후 2년간 사업보고서에 재무예측수치와 실적수치를 비교 표시하고, 차이가 발생할 경우 예측근거와 차이발생 원인 등을 기재해야 한다.
한편 금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 우회상장은 67건으로 전년에 비해 81%나 대폭 증가했다.
특히 한류열풍, 황우석 요과 등으로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중심으로 우회상장이 급증했으며, 포괄적 주식교환이나 주식스왑 방식 등 사전 심사가 없어 상장 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의 우회상장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유형의 우회상장이 급격히 늘어났다.
또 우회상장하는 상장기업의 70%(47사), 비상장기업의 49%(33사)가 경상손실 또는 자본잠식으로 부실기업간 결합이 상당수에 달했으며, 신규 상장 기업 중 93%(65사)가 1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한 반면, 우회상장 기업의 40%(27사)는 적자를 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