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국’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 거부 원인 · 우크라 지원에 따른 압박 목적
◆…<사진 로이터>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영가스업체 PGNiG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이 폴란드 시각으로 27일 오전 8시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지난 12일 러시아에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PGNiG는 루블화 결제 요구가 계약 위반이라고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해 가스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PGNiG과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은 올해로 종결된다.
이날 러시아는 폴란드 가스공급 중단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제시한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를 위한 준비 시한이 지난 데 따른 것이지만,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을 압박함으로써 대러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폴란드는 천연가스의 45%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조치는 폴란드 가정의 난방과 기업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우리는 가스프롬으로부터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폴란드 가스저장고는 76% 채워진 상태고, 폴란드는 가스공급처 다양화를 위해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가스네트워크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해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가스가 공급되지 않다가 저녁에는 재개됐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3대 주요 가스관 중 하나다.
야말 가스관은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에서 폴란드와 독일까지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폴란드 공급 대부분이 이 가스관을 통해 이뤄진다. 독일까지는 노르트 스트림-1 등 다른 주요 가스관도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러시아 천연가스의 가장 큰 수입국인 독일에 대한 공급에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불가리아는 러시아가 자국에 대해서도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경제부는 성명을 통해 “이날 국영 가스업체 불가르가스가 27일부터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우리는 그동안 계약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고 가스 대금도 적기에 지불해 왔다”고 했다. 인구 650만 불가리아는 전체 가스 수입량이 90%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어 향후 대체 공급원의 모색이 시급한 상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에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 결제를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하도록 강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7%나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 등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루블화 결제 요구에 응할 것인지, 응하지 않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가스공급 중단을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