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표현·직업의 자유에 중대한 제한
공정위·검찰 '로톡' 무혐의 처분
◆…헌재, '변호사 로톡 가입금지' 변협 규정 위헌 결정 사진:연합뉴스
변호사들의 '법률 광고 플랫폼' 가입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 내부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60명이 대한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으로 변호사들의 표현·직업의 자유와 플랫폼 운영자의 재산권이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핵심 조항들에 대해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변협은 지난해 5월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의 영업이나 홍보를 위해 광고에 그 타인의 이름 등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내부 규정을 바꿨다. 기존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으로 전면 개정해 플랫폼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헌재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4조 14호 중 '변호사가 변협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를 제한한 부분, 8조 2항 4호 중 '변협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행위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하는 광고'를 제한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협회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해당 내용이 변호사법 등을 살펴보더라도 알기 어렵고 변협의 유권해석을 통해 확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규율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5조 2항 1호 중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자에게 광고 의뢰 등을 금지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변호사 광고에 대한 합리적 규제는 필요하지만, 광고의 내용이나 방법적 측면에서 꼭 필요한 한계 외에는 폭넓게 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헌재 입장이다.
또한 광고금지 규정으로 입법목적 달성이 불분명하지만 변호사들이 광고업자에게 유상으로 광고를 의뢰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돼 표현·직업의 자유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돼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한 점도 고려했다.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변호사 광고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알선·유인할 목적으로 경제적 대가를 지급받고 광고를 하는 자에 대한 광고의뢰에 한정해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변호사 광고가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대가가 결부된 사건의 알선 등에 해당하는 경우 규제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기존 변호사법 규제만으로는 공백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해당 규정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고, 사익보다 공정한 수임 질서 등의 공익이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나머지 규정에 대해서는 위헌성이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서울변회와 변협은 2015년과 2017년에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도 변협이 로톡을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판정했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로톡은 한때 회원 수가 4천명에 육박했으나 변협의 징계 추진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변호사단체가 조직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혁신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앤컴퍼니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간신히 버텨는 냈지만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손해가 막심해 그 고민하느라 기뻐할 수조차 없다”며 "변호사와 법률 소비자에게 로톡과 같이 법률 정보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