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佛·獨 정상과 통화..."세계 식량 위기는 서방 대러 제재 탓"

“대러 제재 풀면 곡물 수출 재개하겠다”

“서방, 우크라에 중화기 등 무기 지원 말라” 거듭 촉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서방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해제하면 봉쇄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늘리는 것은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중화기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28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두 정상과 80분 간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무기 지원은 위험하다면서 "이는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세계 시장에 곡물 공급이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서방 국가의 잘못된 경제 및 금융 정책의 결과"라며 "러시아는 흑해 항구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한 옵션을 찾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비료와 농산물 공급 증가는 세계 식량 시장의 긴장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혀 서방의 대러 제재 해제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전화 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진지한 협상을 할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대화를 재개할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두 정상에게 "우크라이나 때문에 얼어붙은 협상 상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러시아는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을 철수하고 러시아군에 전쟁포로로 잡힌 약 2500명의 마리우폴 제철소 아조우스탈 수비대원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양 정상은 또 푸틴 대통령에게 글로벌 식량위기를 피하고자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허용하도록 오데사항 봉쇄를 풀라고 주문했다.

세계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세계 밀 공급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러시아군은 현재 마리우폴에서 오데사 인근까지 약 600km를 봉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오데사 항구가 사실상 입출항이 불가능한 상태다.

반면 서방은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를 무기화해 세계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