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불만'에 불 질러... 7명 숨진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용의자, 현장서 사망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재판 불만' 50대 방화... 용의자 현장 사망

시너 뿌리고 불 질러... 40여명 연기흡입 부상

경찰, 폭발음 신고 등에 '방화 여부' 조사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화재 원인은 한 50대 남성이 최근 재판 패소에 불만을 갖고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법률사무소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용의자 A(50대) 씨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55분쯤 "건물 2층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연기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소방당국은 인력 160명과 장비 59대를 동원해 20여분 후인 11시17분쯤 불길을 잡고 입주자들을 구조했다.

이날 일어난 불로 건물 내에 있던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연기를 흡입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3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불로 숨진 7명 중 A씨를 제외한 6명은 남성 4명과 여성 2명으로 모두 해당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로 전해졌다. 해당 법률사무실의 변호사는 출장 중이어서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현재 경북대 병원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부상자 중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연기만 흡입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건물은 밀폐된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빌딩으로, 발화지점인 203호와 같은 층에 5개 사무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무실이 계단과 거리가 멀고 폭발과 함께 짙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건물 지하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됐고 지상에는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경찰은 진화가 마무리되자 확보된 목격자 등을 통해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발화 원인 등 수사에 들어갔으며, 건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방화 용의자를 특정했다. 조사 결과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빌딩에 입주해있던 변호사 사무실의 의뢰인 A씨(50대·남)가 최근 재판 패소로 인한 앙심을 품고 시너을 뿌려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상 방화 용의자가 이날 주거지에서 뭔가 들고나오는 장면을 확인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대구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사건 발생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방화가 A씨의 단독 범행으로 확인될 경우 용의자가 사망했으므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는 이날 소방·경찰·지자체 등 관련기관에 긴급 지시를 내려 현장상황관리반을 파견해 현장을 지원할 것을 주문하고, 부상자 구조와 사망자 가족 및 피해자 등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