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달러 걱정 없어"... 바이든의 '나만 아니면 돼'식 시각 문제

바이든 "美경제 강해 강달러 걱정할 필요 없어… 다른 나라 정책 부족이 문제"

英 트러스 감세 정책에 대해서도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 아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IRA 많은 부분이 내년부터 효력 발생할 것" 두둔

블룸버그 "인플레 부추기고 있다는 타국 지도자들과 대조되는 인식" 지적

바이든 '낙관론'에도, 미국주가 하락-국채금리 상승... 전세계 더욱 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매우 강력한 자국 경제로 달러 강세(킹달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동맹국과 우방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민주당 주지사 후보 지원을 위해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달러 강세를 걱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달러 강세를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세계의 나머지가 내 걱정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16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 경제는 지독히 강하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이고 미국보다 다른 모든 곳의 상황이 더 나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나라들의 경제성장과 견실한 정책의 부족이 문제"라며 물가상승 현상이 전 세계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킹달러' 현상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견고함을 거론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속되는 '달러 강세'가 자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하는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대조되는 인식이라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내 물가 고공 행진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 달러 가치가 약 15%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 등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을 가져온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감세 정책에 대해 "그것이(감세안)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라며 비판적인 입장도 밝혔다.

앞서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부무장관은 같은 날 "트러스 총리가 총리직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가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일부 세금이 인상될 것이고 공공지출에 관한 어려운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트 장관은 트러스 총리가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 후임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헌트 장관은 임명 후 세금과 공공지출에 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면서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이 끝났음을 시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악관도 16일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세실리아 루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연준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취하고 있는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기 시작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두둔했다.

루스 위원장은 특히 "비록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식품 가격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미국인들에게 처방약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 "이 법안의 많은 부분이 내년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낙관론'에도, 美주가 하락-국채금리 상승... 전세계 더욱 혼란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견고함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에도 전혀 흔들림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미국주가는 하락했고,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 예상치보다 인플레 심리가 여전히 불안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미국주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급반등 하루만에 급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3.89포인트(1.34%) 하락한 29,634.83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86.84포인트(2.37%) 떨어진 3,583.07로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7.76포인트(3.08%) 폭락한 10,321.39로 마감해 전날 상승폭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인플레 심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국채금리는 다시 급등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날 4%대로, 2년물 국채금리도 4.52%까지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야기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혼란, 미연준의 긴축재정 조치에 따른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킹달러' 현상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가면서 IMF(국제통화기금) 등은 신흥국에 대해 '제2의 외환위기'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 무역거래 결제의 50%대 후반을 차지하고 있는 제1 기축통화인 달러화 초강세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하게 출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만 아니면 돼'식(式)의 정책기조는 동맹국은 물론 우방국과의 신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가 바이든 대통령의 원유 감산 반대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근 감산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OPEC+의 대규모 원유 감산 결정이 러시아에 동조한 것이라는 미국의 거센 반발이 나오자 사우디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결정했다.

전통적 우방국인 인도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4개 점령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에서 주민투표를 진행한 뒤 병합을 선언한 것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12일)에서 기권한 점도 이같은 우려를 낳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