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오르면 물가상승률 상승 경향
유류세 할인 등 정책 유효성 낮아...저소득층 지원에 초점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최근 국내 물가상승에는 원자재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원/달러 환율과 유사한 수준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압력은 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근혁·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국내 인플레이션 결정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 물가상승세가 확대되며 경제주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이번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글로벌 요인이 주요 동인으로 지목된다”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수요압력이 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소비가 아직 구조적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자본연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60%가 글로벌 요인인 원자재 가격 상승(40%)과 공급망 차질(20%)에서 유발됐으며, 국내 수요압력의 비중은 1% 수준으로 미미했다.
원/달러 환율의 영향도 11%로 유의미한 비중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환율은 지난해 2분기까지는 물가하락 요인이었으나 그해 3분기부터 지속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근혁·백인석 선임연구위원은 “환율 변화는 원자재 가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며 “지난해 3분기 이후에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변동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환율의 물가에 대한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물가상승의 주요 동인이 글로벌 요인에 있는 만큼 정책대응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세와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통화긴축의 중요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수요압력이 물가상승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할인 등과 같은 포괄적 에너지 지원정책은 수요를 유지함으로써 공급 충격이 지속하는 부작용과 기업의 비용 전가가 쉬워질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적 유효성이 낮은 것으로 판명됐다”며 “따라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은 저소득층 지원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글로벌 긴축 등에 힘입어 물가상승세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원자재 가격 및 공급망 문제가 글로벌 물가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구조적 요인에 의한 물가 불확실성의 확대·지속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