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 인상 중단? 시기상조' 발언에 시장 '출렁'

美 연준(Fed),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 발표... 파월 "가야할 길 멀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 Fed 성명-파월의 '매파적' 발언 상충 평가 나와

美 증시 3대 지수 오르다 급하락... 韓 주가도 불안한 출발 보여

한·미 기준금리 차 크게 벌어져... 24일 韓 금통위 '빅스텝' 가능성 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또다시 대폭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연 3.00∼3.25%에서 3.75∼4.00%로 상승하게 된다. 최근 15년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년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한 발언이다. 시장은 출렁거렸다.

Fed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다.

Fed의 이번 4연속 자이언트스텝 결정은 이미 예상된 바지만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조절 가능성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시장의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른바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며 "우리에겐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밝혔다.

앞서 Fed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그간의 긴축 통화정책의 누적된 효과와 정책이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시간적 격차, 경제 및 금융 상황 진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Fed가 올해 마지막 FOMC 회의인 12월에는 0.5%포인트 인상 등 금리 인상 폭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춘 논설위원은 이날 한국경제TV에 출연해 Fed의 성명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의 내용이 상충하는 점에 대해서 "Fed 발표 이후 미 증시가 300포인트 가량 올랐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주가가 오히려 80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Fed 성명에는 금리 인상 조절을 시사했지만 이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고 한 발언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Fed 성명과 파월의 애매모호한 입장은 12월 Fed의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도 부연 설명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더 주목하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제시된 연 4.6%를 넘어 5% 또는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갈 길이 멀다"고도 밝혀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이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잡힐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경제성장이 추세 이하로 내려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美 뉴욕증시 3대 지수, 상승→하락 대반전... 주요기술주 막판 투매도  이날 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성명이 나온 직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이 현행보다 더 높아져 연 5%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을 가능성을 시사하자 주요 지수는 곧바로 하락 반전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5.44포인트(1.55%) 떨어진 3만2147.7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96.41포인트(2.50%) 하락한 3759.6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6.05포인트(3.36%) 급락한 1만524.80에 각각 장을 마감하며 실망감을 보였다.

한국 증시도 3일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다.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9.14포인트(1.25%) 하락한 2307.73을, 코스닥 역시 전거래일 대비 6.61포인트(0.95%)하락한 690.76을 기록하고 있다.

◆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한은 연속 '빅스텝' 가능성 높아져

Fed의 이번 조치로 미국과 한국(3.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벌어졌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Fed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최대 0.75%포인트로 벌어졌다가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결정으로 0.2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번에 다시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은도 오는 24일 금통위 회의에서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상 폭은 아직 유동적이다.

물가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기준금리 인상에 결정적 영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경우 계속된 외환보유액 축소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가지 요인을 살펴본 후 한은은 10월에 이어 두 번 연속 빅스텝을 밟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