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분기매출 첫 20조대…영업익은 정제마진 떨어져 부진

3분기 영업익 7040억…전분기 대비 70%↓
석유사업이익 86%↓…윤활유는 최대 이익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외형이 새 기록을 썼던 직전분기에 이어 재차 확대되며 첫 20조원대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하락 등 시황 악화로 주력인 석유사업에 타격을 받아 영업이익이 상반기 누렸던 최대 호황기를 뒤로 하고 70% 가량 후퇴되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에 그쳤다. 다만 윤활유 사업이 분기 최대 이익을 거두며 선전했고 배터리도 신규공장 안정화로 1조원 가까이 매출을 끌어올리며 개선세를 보였다.

3일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2조 7534억원, 영업이익 7040억원, 당기순이익 1752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82.5%, 영업이익이 5.3% 늘고 순이익이 65.5% 줄어든 실적이다. 전분기 비교 시에는 매출만 14.3%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69.8%, 순이익이 86.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도보다 2.3%p, 직전분기 대비 8.6%p 하락한 3.1%로 기록됐다.

직전분기 19조 9053억원으로 첫 분기매출 19조원을 넘어서며 10년 만에 새 기록을 썼던 이 회사는 1분기 만에 분기 최대 외형을 다시 작성하게 됐다. 석유사업의 CDU(상압증류공정) 가동률 상향과 배터리 사업의 신규공장 생산능력 향상 등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CDU는 상반기 가동률 76%에서 3분기 85%까지 올랐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올 1분기부터 상업가동에 돌입한 미국 1공장과 유럽 헝가리 2공장의 안정화가 이뤄져 판매량이 늘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판매단가가 인상되며 3분기 매출이 2조 1942억원으로 직전분기 1조 2880억원에서 70.4% 늘어났다.

이와 달리 1분기 1조 6491억원, 2분기 2조 3292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던 영업이익은 불리했던 업황에 다시 1조원을 밑돌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정세 변화와 동절기 진입에 따른 난방유 수요 증대 등으로 정제마진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내외가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되는데 정유·증권업계에 따르면 1분기 평균 배럴당 8달러 수준에서 2분기 말 20달러대로 역대 최고수준까지 뛰었으나 3분기 초 9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뒤 9월에는 3달러로 BEP를 밑돌았다. 국제유가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1분기 평균 배럴당 97달러에서 2분기 12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3분기 말 9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로 인해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이 3분기 3165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85.8% 줄어들었고 석유개발사업도 판매물량 감소 등으로 3.4% 이익이 줄었다. 반면 화학사업이 전분기 대비 42.5% 늘어난 3분기 108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고 윤활유는 같은 기간 31.7% 증가한 3360억원으로 분기 최대 이익을 시현하며 전사 실적에 기여했다. 외형 성장을 이룬 배터리는 영업손실 1346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분기보다 적자폭을 1920억원 줄였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은 납사 가격하락으로 재고관련손실이 발생했으나 견조한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와 환율상승에 따른 마진개선 효과가 나타났고 윤활유는 유가하락으로 원가가 떨어졌으나 글로벌 수급이 타이트해 판가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마진이 확대됐다"면서 "배터리 사업의 경우 에비타(EBITDA, 상각전영업이익)가 94억원으로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는데 4분기와 내년에도 미국 2공장, 중국 옌청 공장 2동 등 신규공장의 생산능력 향상으로 매출 성장세가 유지되고 판가 조정협의 등을 통해 수익성이 지속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3분기 누적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58조 9202억원, 영업이익 4조 6822억원, 당기순이익 2조 3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77.8%, 영업이익이 159.6%, 순이익이 605.1%씩 늘었다. 상반기 호실적에 힘입어 2017년 3조 2344억원을 넘어선 연간 최대이익 경신을 눈앞에 둔 모습이다.

김양섭 재무부문장은 "변동성이 높은 시장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고도화 설비 가동 확대 등 운영 최적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새로운 비전인 '올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 달성을 위해 그린 사업으로의 전환 투자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