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시 '과징금' 물려야"...임원선임·거래 제한도

불공정거래로 부당하게 취한 이득에 대해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 형사처벌 위주의 규제만으로는 최근 고도화되는 불공정거래를 제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거래 및 상장사 임원선임에 제한을 두는 규정도 함께 논의됐다.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의 공정성 제고' 세미나에서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시대 저금리로 개인투자자가 급증한 가운데 최근 고도화된 불공정 거래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성 교수는 "현재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검사의 엄격한 입증책임이 요구되어 법원에서 실질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며 "과징금 등 행정수단에 의한 제재가 먼저 진행되고 법원이 적부 여부를 나중에 심사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형사절차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속히 제재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과징금은 행정청이 위반 사실 확정 및 제재 내용을 결정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날 불공정거래 행위 전력이 있는 자에게 일정 기간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도 함께 논의됐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업자 임직원의 매매에 대해 절차적인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김 교수는 "재범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만, 재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도 존재해 깊이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불공정거래 행위 위반 시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제한되지만 공익적 측면에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 선례를 살펴봤을 때 마약류 사범에 대해 20년간 택시운전사를 못하게 제한하거나, 금고 이상의 집형유예를 선고받을 시 10년 동안 변호사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경우 등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제도의 위헌성이 존재하므로 세부 규정을 통해 행위와 제재 사이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에 앞서 임원의 전과를 공시하는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번 세미나에서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위 규정 등 세부 제도를 설계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