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성장률 1.7% 전망... 하반기 이후 완만한 반등 기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금년(2.6%) 比 0.9%p ↓

금융시장 반등, 내년 2분기 이후... 경기침체-부채위기 가능성 제기

은행산업, 내년 최대 화두는 '건전성 이슈' 꼽혀... ESG 경영 강조

일부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저축은행 업권 '양극화' 전망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 금융동향과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최근 단기자금시장을 포함해 자본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시장이 협업해 봉합해 나가고 있지만 이같은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 금융사들이 전략을 마련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번 세미나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1.7%... 금년(2.6%) 比 0.9%p ↓

  우리나라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융불안 확대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1.7%로 예측돼 올해 예상치 2.6%에서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7%로 잠재성장률(2%)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금리 인상에 따라 둔화세를 이어가다가 하반기 이후 수출 회복으로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악화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중국 부동산 부진 심화, 감염병 확산,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등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이 악화되고 환율변동성이 확대되어 금융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 뒤,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고금리, 긴축기조가 초래할 수 있는 금융불안에 대응해 금융안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재정당국은 내년도 경제 성장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요인으로 국내는 소비, 해외는 미국경제를 꼽았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국내 성장률은 민간 소비가 회복될 것인가 여부에 달렸다"며 "고물가·고금리로 자산시장이 위축되면서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규진 외환자금과장은 "연준이 물가와 고용상황에 맞춰 금리인상의 최종수준과 속도를 결정하면 글로벌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10년과 3개월물 채권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내년 고강도 긴축에 따라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으면 완만한 경기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반등은 내년 2분기 이후... 경기침체·부채위기 가능성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김 실장은 "주택용 부동산의 경우 올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고 대출금리가 급등해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 및 관련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상업용 부동산을 살펴보면 상가 중심으로 높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올해 9월말 국내 비은행권 부동산 그림자 금융이 842조원으로 급증했고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현장점검 등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구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경기침체와 부채위기로 인해 내년부터 신용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팬데믹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경기침체와 부채위기에 대한 크레딧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라며 "두 가지 우려가 모두 해소된다면 시장의 과도한 조정이 되돌림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물가가 안정화되고, 유럽이 겨울철 에너지 수요 압박을 잘 견디고 중국의 락다운 등 봉쇄 조치가 내년 3월 열리는 전인대 이후 해소된다면 주식시장이 의미있는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물적분할과 내부자거래 관련 내부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LG엔솔 IPO 당시 문제로 지적된 허수성 청약 등에 대해서도 연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최근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유동성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유동성 지원 체계도 촘촘히 진행해 외부시장 충격에 의해 증권사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산업의 내년 최대 화두로 '건전성 이슈'가 꼽혀... ESG 경영 강조

 
이 실장은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성장 전략 기조는 보수적으로 설정하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산 포트폴리오 다양성 확대를 시도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ESG 관련 성과 목표를 설정해 이를 충족할 시 대출 이자를 감면하거나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 경기 악화와 고금리로 한계기업이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부실채권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옥석가리기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는 디지털 기반 금융 확장이 가속화 될 전망이지만 문제는 디지털기기로 정보를 습득하는데 한계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불완전판매가 이루어질 위험이 크다"며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에 대응했지만 금융회사 플랫폼에만 적용되는 조치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빅테크 및 핀테크 플랫폼 이용자들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향후 금리인상 랠리가 두세 번 더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내년부터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가 화두가 되었다"며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해서 신속하게 진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국면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권은 일부 건전성 악화로 '양극화' 전망

 
강철구 한국기업평가금융본부장은 "ABCP 사태를 겪었기 때문에 향후 충당금 적립 측면에서 강화된 요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축은행은 12년 전 PF사태가 터졌을 때 건전성 지표를 구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지만, 캐피탈과 증권은 향후 충당금 적립 규정이 타이트 해지면 내년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화세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저축은행 업권이 충당금 적립과 건전성 측면에서 강화된 부분이 있으며, 관련해서 (저축은행 부실 사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업권 내에서도 리스크관리에 자체적으로 힘쓰고 있으며, 예금보험공사 및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모니터링을 신중하게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