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희망퇴직은 '선택지' vs 증권가 등은 '구조조정'... 분위기 달라
5대 시중은행 희망퇴직 PG 가동... 4~5억 받고 "제2인생 준비"
기타 옵션도 다양... 5대 은행 희망퇴직자 2300~2400명 달할 듯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증권가는 '구조조정'설로 '흉흉'... 내부반발도 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러간 은행들을 비롯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증권사들까지 금융권 전반에 희망퇴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업황에 따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사옥 전경［사진=각 은행 제공］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올해 희망퇴직 작업을 진행중이다.
우선 우리은행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관리자,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가 이번 희망퇴직 대상자다.
특별퇴직금은 1967년생이 24개월 치, 나머지는 36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학자금으로 자녀 한 명당 최대 2800만원, 재취업 지원금 최대 3300만원과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도 제공한다. 퇴직일자는 내년 1월31일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가운데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에서는 1982년생(만 40세) 직원도 대상에 포함됐다. 다음주 최종 퇴직자를 공지할 예정이다.
희망퇴직금은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20∼39개월치다. 은행 내부에선 최종 퇴직자 규모를 500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종 퇴직자 확정 수순이 남아있지만 신청자 수만 놓고 보면 지난해(427명)보다 7∼80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 1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 KB국민은행에선 674명, 신한은행 250여명이 희망퇴직했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478명, 올 하반기 43명 등 총 521명이 희망퇴직했다. 연초 희망퇴직을 확정한 우리은행의 경우도 451명이 은행을 떠났다.
만약 NH농협은행에서 500여명이 희망퇴직하면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총 2300∼2400명 정도가 은행을 떠나는 셈이다.
다만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올 연말 희망퇴직 공고가 나지 않았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이달 혹은 다음달 중으로 그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협은행도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수협은행은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37개월분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수협은행에 따르면 신청접수 규모는 약 70여명에 달했다.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사진=BNK부산은행 제공］
이 같은 희망퇴직 흐름은 앞서 보험업에서 먼저 현실화됐다. 지난 4월엔 한화생명이 7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7월 약 2년여 만에 현대해상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퇴직 인원을 확정했다.
금융권은 비대면, 디지털전환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등 조직 효율화를 목적으로 희망퇴직제도를 적극 활용해왔다. 특히 은행의 경우 수익이 크게 늘면서 희망퇴직 조건이 보다 상향되면서 종전과 같은 '희망퇴직 터부'(taboo) 분위기도 사라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도 상향된데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신청조건과 보상이 비슷한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목돈을 기반으로 인생 2막을 설계하는 고연차 직원에게는 희망퇴직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오히려 희망퇴직을 기다리는 분위기라는 설명인 셈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기준으로 희망퇴직 시 특별퇴직금을 포함해 약 4억∼5억원 정도가 지급된다. 은행별로 또한 근무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다.
한편 증시 부진에 레고랜드발(發) 채권시장 악재로 전체적인 업황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가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은 '선택지'라기 보다는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해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지난달, 이달 초 희망퇴직을 받았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 역시 업황 부진 여파로 법인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소속 임직원 일부가 회사를 떠났다.
여기에 대형사인 KB증권도 지난 15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KB증권은 "직원의 안정적인 은퇴 설계지원과 회사의 인력구조 개선 차원"이라고 했다. 대형 증권사도 업황 부진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리는 세(歲)밑 금융가가 희망퇴직 바람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