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빅테크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금융노조, 금융노동포럼 개최

동일업무-동일규제 원칙 강조

금융노조는 28일 ‘금산분리 완화, 문제없나? 금산분리 완화에 대응하는 금융노조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해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 업무는 포지티브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에 알뜰폰 판매와 배달앱 서비스를 허용하고, 통합앱을 지원하며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허용이 아닌 금융자본의 비금융 진출 허용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빅테크와 금융산업 사이의 울타리를 없애면 어느 일방만 득을 보는 경우는 발생할 수 없다”며 “그러한 점에서 결국 금산분리 완화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야기했던 제2의 전자금융거래법 사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금융위의 금산 혼합 정책은 동일업무-동일규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영위하지만 행위 규제와 건전성 규제를 회피해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가 예외를 부정하는 대신 또 다른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서로 대등해졌다는 이상한 논리를 선택한 결과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가 출현했다”며 “금융위는 이를 상향평준화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예외를 예외로 막는 하향평준화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금융위의 금산 혼합 정책에 원칙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동일업무-동일규제 원칙을 재확인하고, 실질적으로 은행업을 하는 업자에 은행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토론에서 “과거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소비자 피해들을 해결하지 않고 금융사 및 기업의 편의성을 확대하는 금산분리 정책을 펼친다면 개인정보 유출, 기업의 무분별한 이익 극대화, 사회적 갈등 등의 문제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윤재 KB경영연구소 팀장은 “최근 금융을 둘러싼 현상을 보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며 기존 은행만이 가지고 있던 특별함이 위협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특히 금산분리 규제가 존재하고 있지만 그 원칙이 훼손되는 상황임에 공감하고, 이를 극복하려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며 타 산업에 방향성을 제공해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