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터널 소재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이 피해 키워
경제적 이유로 PMMA 시공 많아...안정성에 취약하다는 단점
보고서 "방음터널 화재하중이 커 방재설비 설치규정 더 강화"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2022.12.29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1시 49분쯤 경기 과천시 제2경인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장비 94대와 소방관 등 인력 219명, 그리고 소방헬기를 동원해 불이 난 지 두 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쯤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
화재가 발생한 방음터널은 총 길이 830ｍ 중 600ｍ 구간이 소실됐으며 불에 탄 총 45대의 차량이 잿더미로 변했다. 5명의 사망자는 네 대의 승용차 안에서 각각 발견됐다.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2.12.29 사진:연합뉴스
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초 발화 지점은 당시 터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발생했다. 트럭에서 발생한 불은 순식간에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 붙어 터널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화재에 취약한 플라스틱 방음터널 소재가 불을 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화재가 발생한 방음터널의 자재는 플라스틱 종류인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방음터널 재질에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과 폴리카보네이트(PC)가 사용되는데 이중 가격이 더 낮은 PMMA이 시공에 용이해서 많이 사용된다. 다만 PMMA는 고온의 열을 가했을 때 유독물질이 나오는 데다 소재가 녹아내려 안정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이날 방음터널 천장에 불이 붙은 패널들이 녹으면서 비처럼 아래로 쏟아지자 불길을 피해 탈출하려는 차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이 녹아 있다. 2022.12.29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방음터널 내 방재시설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차례 지적해왔다. 2019년 4월 한국방재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보고서는 "방음터널의 화재안전성과 관련된 설치 및 품질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방음터널의 경우 일반터널에 비해 화재하중이 크고 구조적 안전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방재설비의 설치규정 또한 더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현행규정은 일반터널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한국화재소방학회 논문집에 실린 '도로터널 방재시설의 소방관계법령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도 "방음터널은 터널 내 화재발생 시 발생되는 유독가스 확산 시 공간적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일반터널에 준하는 방재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면서 "'터널' 용어의 범위를 넓혀 방음터널에도 방재시설이 설치되도록 법적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들과 사고수습상황 및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원 장관은 "터널 화재사고는 모든 국민들이 불안해 할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전국 방음터널 및 교량에 대해 붕괴 위험, 화재 취약성 등 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철저하게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