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새해 화두는 '초(超)위기'에 대비한 '핵심역량 강화 및 혁신'

4대 금융지주 회장들, 2일 일제히 신년사 내놓아... '내실 경영' 당부도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내실 다져 실질적인 금융지주 역할 할 것"

주요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일제히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며 임직원들에게 ‘핵심역량 강화와 혁신’을 통한 내실 경영을 당부했다. 초(超)위기 상황에서 자사의 핵심역량을 강화해 리스크(위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내 5대 금융그룹(지주사) 회장은 2일 일제히 주요 경영방침과 전략 방향을 담은 계묘년(癸卯年)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들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을 언급하면서 위기관리, 고객중심 경영, 차별적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뜻 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더욱 험난한 환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원신한'의 역량을 키워 변화와 도약의 한 해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이어 "글로벌 위기의 폭풍이 거세고, 3고 현상이 불러온 저성장 앞에 우리사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금융사 본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고객몰입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그룹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고 공감과 공유를 바탕으로 서로 협업해야 한다"며 "대내외 어려움을 돌파하고 '변화와 도약'의 한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더해 조 회장은 "변화하면 살아남고 안주하면 사라질 것"이라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 역시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미래로 가고자 하는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이날 가진 시무식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며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토끼의 기민함처럼 ‘Agile KB’로 변화하여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우리의 미션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또한 고객 중심의 핵심가치를 강조하면서 "기본과 원칙이 KB의 출발점이자 마침표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변화해 나가자"며 "우리의 성장 전략은 지속가능하고 내실있는 성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회장은 언론사 인터뷰에서는 "은행이 그룹의 견고한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다각화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올해에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당분간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힘쓸 생각"이라고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애써 눈앞의 위기를 간과하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지난해 거둔 성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 이어 "2023년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말하고, 여기에 더해 금융업 본업의 본질적인 위기라 할 수 있는 시장의 변동성 확대, 인플레이션의 심화 등이 불거지고 있다"며 "당면한 위기는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데 정작 우리는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함 회장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업(業)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우리 업(業)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며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포함해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해 수익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올해 경영 최우선 전략으로 "'사업 핵심역량 밸류업(Value-up)'과 '차별적 미래성장 추진'을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 회장은 특히 "'경쟁우위 확보, 기업가치 제고'라는 경영목표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며 7가지 전략과 21가지 세부 과제들을 통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증권·보험·벤처캐피탈(VC) 등 지난해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도 2일 취임 후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올해 많이 어려울 것 같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 정신으로 적극 개척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농협중앙회 내부 및 외부와 적극적인 소통과 설득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서 내실을 다지고 실질적인 금융지주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짧게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취임식 없이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우리 경제의 핏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금융권 중 가장 비중이 큰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에서 일제히 ‘초(超)위기상황’임을 언급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적극적인 변화·혁신 의지를 밝힌 점은 글로벌 리딩 금융그룹으로 성장하지 않고는 향후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