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위원장인 대통령과 조율되지 않은 정책 발표…부적절한 처사"
"羅, 위원회 논의, 전문가 검증 없이 언론 발표…국가 정책 혼선 초래"
나경원,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 탕감·면제' 헝가리식 모델 주장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입장 고수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저출산 대책 제안으로 대통령실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8일) 나 부위원장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단히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오늘(9일) 나 부위원장의 해촉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1이 나 부위원장의 해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부위원장)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나 부위원장은 위원회 논의와 전문가 검증 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며 "더구나 저출산위원회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차원에서 그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나 부위원장은 신년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면제'하는 헝가리식 정책 모델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안상훈 사회수석 명의로 이례적인 브리핑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헝가리식 정책' 발언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와 관련 나 부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며 "아직 정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당장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추후 검토하고 담당 부처와 협의할 생각임을 명확히 밝혔다"고 대출 탕감 정책은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 부위원장은 "이른바 '헝가리 제도'는, 결혼을 할 경우 신혼 부부에게 목돈을 초저리로 장기 대출해주고, 첫 아이 출생시 이자 탕감, 둘째 아이 출생시 원금의 3분의 1탕감, 셋째 아이 출생시 원금 전부 탕감을 해주는 것이 대강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 위기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하고, 청년들의 주택 부담이 특히나 큰 우리의 경우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해외 사례"라며 "실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약 30퍼센트정도가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라고 답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재정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더욱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이슈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프레임에 가두고,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주기 바란다"며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말 정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두고 교육부와 일부 엇박자를 노출하면서 거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