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한분이 창구 여직원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대화 내용도 대기석에서 다 들렸다. 분위기를 살펴보니 할아버지는 매달 연금을 250만원 정도 타는데 누가 연금을 다른 사람이 수령해갔다는 것이다. 창구 직원은 할아버지가 12월에도 1월에도 본인이 수령해갔다고 하였다. 계속해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을 하고 있고 시간은 계속 흐른다. 할아버지가 물었다. “2월에는 누가 타갔나요?” 창구 직원이 답한다. “아직 2월 아니예요”
보다 못해 입구에 있는 안내 직원에게 저분은 별도로 상담을 해드리면 좋겠다고 넌지시 말하니 치매라서 그런다고 말하면서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 갔다.
다른 창구에서는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한분이 의자에 앉아 계시면서 무언가 창구 직원과 대화를 계속 나누고 있는데 하염없이 앉아 계신다. 창구 직원이 계속 뭐라 말하는데 업무 처리가 잘 되지 않는다. 대기석 어르신들도 그저 그려러니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날 방문했던 은행 창구의 모습에서 사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되어가는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디지털화, 자동화되어가는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힘든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1월 31일 모일간지에 115세의 나이로 현존하는 최고령자로 소개된 스페인의 모레라 할머니 기사가 실렸다. 지난 2020년 5월 코로나에 감염되었지만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고, 현재 별다른 지병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모레라 할머니는 딸 등 가족의 도움을 받아 트위트와 페이스북 등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즐길 정도로 정정하다고 한다.
모레라 할머니가 말했다. “장수 비결은 규칙적인 일상과 가족, 친구와의 좋은 관계, 자연과의 교감입니다. 걱정도 후회도 하지 마세요. 그리고 독과 같은 사람과 떨어지세요.”
여러 연구에서도 은퇴생활에는 개인의 성격특성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모레라 할머니처럼 정서적으로 융통성이 있고 낙천적이며 개방적인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세월따라 노화가 진행 되어 갈 것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취약해지고 사회관계망이 축소되어가고 타인에 대한 의존도는 그만큼 증가되어 가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는 고령사회에서 어르신들을 통해서 미래의 내모습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은행창구의 치매 할아버지와 스페인의 모레라 할머니는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두 사례를 비교해보면서 은퇴후 설계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은퇴후 생활을 진지하게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이면 은퇴후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은퇴후 생활은 은퇴상황에 대해 어떻게 기대하고 얼마나 미리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은퇴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가? 어디서 누구와 어떤 생활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답을 적극적으로 찾고 다각적으로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