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년·영업익 5년 만에 최대치 경신
"석유제품수출 1억4천만배럴…37.7%↑"
4분기는 유가하락에 이익지표 적자전환
◆…SK이노베이션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실적. 2022년 4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이노베이션 최근 6년 연간 영업실적. 2022년은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 유가하락으로 인한 외형 축소와 영업적자 기록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유지되던 고유가 기조와 수요회복에 따른 역대 최대 정제마진 등 유리했던 업황을 타고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이 80조원 가까이 확대됐고 영업이익도 4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서며 모두 최대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석유사업의 호조 속 비정유 부문인 윤활유도 첫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이익을 이끈 가운데 속속 신규공장 가동이 이뤄진 배터리사업의 외형도 꾸준히 확대돼 실적에 기여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78조 569억원, 영업이익 3조 9989억원, 당기순이익 1조 9901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7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66.6%, 영업이익이 129.6%, 순이익이 307.4% 늘어난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5.1%로 전년도보다 1.4%p 개선됐다.
외형은 지난 2012년 73조 3300억원 이후 10년 만에 70조원을 돌파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7년 3조 2344억원 이후 5년 만에 3조원을 넘어서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상반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 등으로 급등했던 부분이 정유업계 호실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올 초 배럴당 80달러대에서 1분기 말부터 100달러를 넘어서 2분기 12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증권업계 등에 의하면 정제마진도 통상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되는 4~5달러를 넘어서 배럴당 6달러대로 출발해 상반기 말 역대 최고 수준인 2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석유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67.4% 수준인 52조 5817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3조 391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사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윤활유가 4조 9815억원의 매출에 1조 71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처음 1조원대 이익을 시현하며 기여했다.
올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공장 신규 가동이 이뤄진 배터리 사업도 전년도 말 처음 분기별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에 이어 작년 하반기엔 2조원대로 확대돼 연간 7조 6177억원의 외형을 기록했다. 다만 신규 생산설비 확장에 따른 고정비 증가 등에 9912억원의 영업손실이 나타났고 유가상승 속 스프레드 약세 등 다소 불리했던 업황에 시달렸던 화학사업도 1271억원 영업이익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유가 상승과 석유제품 수요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석유제품 수출물량의 대폭 증가로 연간 실적이 전년대비 대폭 개선됐다"면서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1억 4000만배럴로 전년대비 37.7% 늘었으며 석유사업 포함 화학,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 소재 사업의 지난해 수출 실적(해외법인 매출 포함)은 전체 매출의 72%"라고 설명했다.
반면 작년 4분기는 유가하락에 적자를 기록했는데 연결기준 매출액 19조 1368억원, 영업손실 6833억원, 당기순손실 38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9.5% 늘었으나 영업적자가 지속됐고 순이익도 적자전환으로 기록됐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이 15.9% 줄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고점을 찍었던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3분기 90달러대로 하락한 것에 이어 4분기 말에는 7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정제마진은 9~10월 BEP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11월들어 다소 반등했다.
이에 석유사업이 직전분기 3165억원 영업이익에서 4분기 6612억원 적자로 전환됐으며 화학도 아로마틱 스프레드 약세로 인한 마진 하락과 고정비 증가 등에 88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윤활유는 전분기대비 20.1% 줄어든 2684억원, 석유개발은 같은 기간 27.4% 감소한 1166억원 영업이익에 각각 머물렀다. 윤활유사업은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판매량 감소, 석유개발사업은 판매량 증가에도 유가·가스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배터리는 전분기보다 31.1% 증가한 2조 8756억원의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해외 신규공장 생산량 확대에 따른 고정원가 증가 등에 적자폭이 1220억원 확대된 2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비쳤다.
올해는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과 함께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정유제품 금수조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유지 등에 견조한 정제마진이 점쳐져 정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배터리사업에서 오는 2025년까지 최대 4조원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신규공장 생산량 증대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 확대와 배터리 수요 증대에 따른 협상력을 바탕으로 올해 SK온의 에비타(EBITDA, 상각전영업이익) 흑자, 내년 영업이익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내 배터리에 7조원 등 10조원의 설비투자 계획도 수립했다.
또 이익 증대에 힘입어 중기배당정책을 준수하는 배당 성향 30% 수준의 2022년 기말배당 시행을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5840원 수준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과 올해 대규모 투자 지출 등을 고려해 자기주식을 활용한 현물배당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진다.
김양섭 재무부문장은 "올해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 아래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을 지속 창출하겠다"면서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전기 중심 사회로의 전환(Electrification)을 위한 청정 에너지 생산과 순환경제 중심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