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교수 "좀비기업 생명 연장...적정 가격에 사야"
"리츠로 민간 아파트 물량 확보해야"
"토지비축제 통해 강남, 용산 땅 사들여야"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제4차 국회의원 경제세미나'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은 곳이 속출하는 가운데,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무턱대고 사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가주택에 차등적 금리를 적용해 공공이 컨트롤하는 거대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제4차 국회의원 경제세미나'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정책 목표는 중산층과 서민이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적정한 질의 주택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LH아파트 중심 공공개발에서 공공이 컨트롤 가능한 민간 아파트 개발과 운영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12%에 달해 공급 연기는 물론 개발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둔촌주공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금리가 12%이니 지방 아파트는 더 높을 것"이라며 "2026년 이후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사들여 임대 아파트로 활용하려는 건 좋은 취지이나 무턱대고 매입하는 건 좀비기업의 생명을 연장할 뿐"이라며 "현재 15% 할인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높다. 적정 가격에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분양 물량은 다 이유가 있다. 정부가 개발사에 호혜적 환경을 제공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며 "단순 미분양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를 매입해 공공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민간 아파트 물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개발'에서 '금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공공이 컨트롤하는 거대한 리츠 상품이 필요하다"며 "리츠에 민간 아파트를 담으면 가격 급등락을 막는 '버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택도시기금의 남아도는 돈이 연간 40조원이다. 이를 리츠화해 금융 비히클을 만들면 좋겠다"며 "위험자산인 고가주택에 가산금리를 적용해 그 재원으로 서민주택기금이 대규모 리츠를 구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기준금리와 국고채10년물, 30년만기 모기지금리가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수익률이 4%대 중반에서 현재 3.2% 수준으로 내려온 만큼 주택담보대출 신규금리가 떨어져 수요 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동산 금융 환경이 개선됐으나 좀비기업이 정리되지 않은 부작용도 있다"며 "금융권의 6개월 만기연장으로 이 문제가 수면 아래 눌린 상태다. 하반기에 터질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토지비축제'를 통해 부동산 수요를 구축시장에서 신축시장으로 유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토지비축제는 정부가 공공개발에 사용할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미리 매입해뒀다가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토지 가격이 여전히 비싸 개발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토지를 비축한 다음 가격이 움찔할 때 시장에 사인(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며 "강남과 용산 일부 지역을 실제적으로 비축할 수 있으리라 본다. 토지 비축을 선언적으로 한 뒤 개발 완료 후 이익금을 환수하는 식이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