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독립성 강화에 치중.. 감사품질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
◆…(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제공)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회사가 6년 간 같은 감사인을 선임하면 이후 3년은 정부가 새로운 감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기업과 감사인의 유착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신외감법'을 통해 도입됐는데, 기업들은 기업에 부담이 된다면서 전면적인 제도 폐지를 요구한 것이다.
8일 대한상의는 금융위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날 의견서를 통해 "지정감사제 도입이 감사인-피감기업간 유착관계 방지 등 독립성 강화에 치중돼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외부감사인 품질관리 감리 관련 지적건수가 2019~2020년에는 평균 11.5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평균 13.9건으로 약 21%가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감사품질 하락의 이유로 감사인의 적격성 하락, 감사인의 노력 약화, 필요 이상의 기업 부담 증가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감사인 지정제는 피감기업의 업종, 특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감사인을 선임하게 돼 감사인 적격성이 저하된다고 주장했다. 피감기업과 지정감사인간 매칭은 기업 규모와 회계법인 규모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어져 감사인이 전문성을 갖췄는지 고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도 우리나라만 지정감사제를 도입해 기업의 불편을 낳고 있다고 했다. 미국, 영국, EU(유럽연합) 등은 최근 대형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회계개혁을 단행했고, 지정감사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계개혁법을 제정하면서 감사인 의무교체제도 도입을 고려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효율 저하로 인한 비용이 감사인 독립성 제고라는 편익을 초과한다는 판단 하에 도입을 철회하고 자유수임제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감사인 의무교체제를 채택한 영국은 지난 2021년 제한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결국 공유감사제도, 회계법인 감독강화 등 시장 작용을 통한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EU도 의무교체제를 계속 운영중이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기업들은 ESG 차원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작용이 큰 지정감사제보다는 내부고발 및 감리 강화, 감사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완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6+3'(자유 선임 6년·지정선임 3년)인 제도를 '9+3'이나 '6+2' 방식으로 수정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