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않고 처분돼... 주주환원 효과 제한적" 지적 나와

지난 7년간 자사주 처분 9억주... 이 중 '소각' 목적 처분은 4.1%에 불과

강소현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상당부분 소각 않고 처분되는 게 문제"

김준석 "'자사주 마법' 막으려면 자기주식 분할신주 배정 금지해야"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이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들이 제기됐다.

신진영 원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활발히 투자하면서 주주환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기업에서도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취득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세미나를 통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인 자기주식 취득에 대한 일관된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발표자로 나선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기업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현황'을 발표한 자리에서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은 일반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라며 "다만 취득한 자기주식은 즉시 소각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는 등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해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총 8억8100만주의 자사주 취득이 공시됐지만, 같은 기간 자사주 처분은 9억600만주 발생해 취득 자사주의 상당부분은 소각되지 않고 처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연구위원은 2015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를 분석한 결과,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취득목적으로 공시한 기업이 전체의 94%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사주 처분공시 가운데 처분목적을 소각 등 주주환원으로 밝힌 공시는 4.1%에 불과했고, 65.5%는 임직원 성과 보상, 우리사주조합 출연,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 연구위원은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수단으로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기주식의 직·간접 취득 및 처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취득 공시요건을 강화하여 취득 공시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간접취득 규제의 경우 직접취득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여 공시의 신뢰성과 공시효과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직접처분의 경제적 영향을 검토하고 주주간 형평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지배력과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키는 '자사주 마법'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자사주 마법'이란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기주식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배정된 지분만큼 지배주주의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00∼2021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의 마법'은 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와 결합해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인적분할과 이어지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증가해 지배력이 크게 상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어 "지배주주가 추가적인 출연 없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부의 배분에 왜곡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는 주주환원이나 자기주식의 재무적 활용이 아닌 지배주주의 자기주식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자기주식의 본질을 고려할 때 자기주식을 미발행주식 혹은 소각된 것으로 간주해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기주식의 자산성을 인정하더라도 지배력 및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키는 행위는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