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주택투자심리 위축→주택가격 하락
전세자금대출 폭증에 '전세보증금의 금융상품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과 주택시장 환경에 의해 조성된 심리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양상이 전개되었던 과거 하락기와 달리, 이번 사이클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전국적인 주택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 하락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9일 '주택시장 연착륙의 전제조건과 금융회사 신용평가- 과거 금리인상기를 통해 본 주택시장 전망과 함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택가격 하락기는 과거와 달리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가격 하락의 트리거(Trigger)가 됐다는 특징을 보인다. 금리상승이 주택투자심리를 직접적으로 위축시키면서 주택가격의 하락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공급측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어서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매우 큰 폭으로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규제가 은행 40%, 보험·카드 55%, 캐피탈·저축은행 65% 등으로 강화되며 구매여력을 낮춘 영향도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의 수준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과거 대비 매우 높아졌다. PIR 수준이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가 주택구매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커졌다.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지난 5년간 전세자금대출이 폭증하면서 '전세보증금의 금융상품화'가 심화돼 금리 변동시 가격민감성을 확대시킨 점도 작용했다. 2020년 임대차3법 개정으로 전세 갱신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신규 전세진입자의 수요 대비 전세공급이 부족해지고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전세자금대출 규모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번 주택가격 하락기는 초기 하락 속도도 매우 빨랐다. 올해 1월의 주택지수(KB 전국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6개월 전에 비해 5.9% 하락했다. 권 책임은 "이는 외환위기 이후 있었던 여러 차례의 하락기 중에서도 가장 빠른 하락속도"라고 설명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동시 하락도 주요 특징이다. 임대차 3법의 영향과 더불어, 전세대출 증가에 따른 전세가격의 높아진 금리민감도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향후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거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수도권 및 지방 모두 신규주택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미국의 기준금리가 6%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향후 주택가격은 일정 정도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경기 연착륙 여부에 있어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 책임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더욱 강화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높은 금리 수준으로 인해 주택구매 수요가 더욱 위축되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미분양 물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미분양 물량의 빠른 증가는 그 자체로 큰 위험요인일 뿐 아니라, 주택구매자들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 심리를 자극해 주택가격 하락세를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책임은 "부동산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분양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워 미분양 물량이 향후에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가격을 높아진 금리 수준을 반영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면서, 미분양 물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경우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