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주고 우리 기술, 노하우 빼가겠다는 이야기
중국 내 삼성전자·하이닉스 공장에 시한부 선고
'초과이익 환수' 조항, 제일 황당해
전 세계서 제대로 만드는 건 한국와 대만 뿐
정상회담서 미국에 너무 고개 숙여야 할까?
◆…박정호 명지대 교수.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캡쳐]
지난달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 일명 칩스법을 발표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미국이 반도체를 만드는 제조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호 명지대 교수는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미국이 반도체를 원래 제일 잘 만들었던 나라였는데 이 나라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여건이 없어진 이유는 대만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 있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라는 그 당시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리스 창이라는 대만 사람을 대만으로 데려와서 유명한 TSMC(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 세계 1위 기업)를 설립했는데 모리스 창이 미국에서 가만히 봤더니 자기 동료들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라는 반도체 회사에 다니다가 독립해서 창업을 하면 이 친구들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이걸 직접 만들려니까 어마어마한 시설 투자를 해야 되다 보니 망하거나 주저하더라. 그래서 우리 대만은 위탁한 걸 생산만 해주자. 설계는 미국이 알아서 하고 우리는 만들어만 줄게요. 이걸 세계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게 모리스 창의 TSMC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뒤부터 미국의 유수한 엔지니어들이 비싼 돈 들여서 어마어마한 시설 투자했다 망하면 어떻게 해. 대만에 갖다 주면 다 만들어 주는데 하면서 (자체)제조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 것"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까 (미국의 독자 기술이 다 사라진 상황) 그게 굉장히 중요한 실수였다는 걸 알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독소조항 중에 첫 번째가 바로 뭐냐 하면 제품을 만드는 그 시설 공장을 쉽게 말해서 견학시켜 달라는 건데 보조금 주니까 진짜 투자했는지 보십시오, 이것까지는 양보할 수 있지만 공장에서 시설을 만드는 공정을 보여준다는 건 다른 분야도 아니고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미국 입장에서는 이건 기술 빼가겠다라는 이야기에 준하는 내용이다"라며 "이 반도체는 쉽게 말씀드려서 공정 기술이다. 이 공정 기술이라고 하면 모든 업력과 관련된 내용을 100% 특허로 보호받을 수가 없는 노하우 영역에 해당되는 게 많다"고 전했다.
또한 "가드레일 조항도 역시 마찬가지. 이것도 어떠한, 그러니까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는 고품질의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고 앞으로 반도체 기술 표준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본인들(미국)과 만들어가겠다는 큰 틀이라고 보셔도 된다"며 "계속 높은 사양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 투자가 들어가야 되는데 그런 것들을 특정 국가(중국)에서 못하게끔 만드는, 결국은 앞으로 특정 국가에는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랑 똑같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진행자(김현정)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다 가지고 있는데 새로 짓는 건 그렇다 쳐도 있는 공장에 설비 교체를 안 하고 계속 버틸 수 있겠느냐'라고 말하자 박 교수는 "안 된다. 그게 쉽지가 않다라는 것"이라며 "아주 쉽게 말씀드리면 불과 5~6년 전에 사용했던 휴대폰 그리고 그 전에 사용했던 피처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이런 거는 지금 우리 스마트폰에 당연히 사용 못하고 ICT 분야는 기술 발달이 빠르기 때문에 그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사양이라는 걸 계속 높여가야 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중국에)공장 다 지어놨는데 앞으로 시한부 공장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가 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 공장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냐 하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한 15% 정도를 직접 생산해서 소비하고 있는데 그 15%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내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과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게 9% 정도 된다"며 "그러니까 이게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는 공장들인데 그거 쉽게 이야기해서 당분간 몇 년 지난 뒤에는 가동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 대해서는 "이게 제일 황당한 것"이라며 "사실 반도체 산업이라는 건 시클리컬 산업이라고 해서 경기를 굉장히 많이 타는 산업이고 그러다 보니까 호경기 때 어마어마한 돈 벌어서 불경기 때 버티기도 해야 되고 또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계속 새로운 고사양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시설 투자에 막대한 돈을 써야 되는 산업의 특수성이 있는데 그런데 호경기에 벌어놓은 추가적인 이익, 그거를 가져가겠다. 그러면 이건 앞으로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랑 똑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로 시설 투자를 추가적으로 할 돈도 없어지는 거고 또 하나가 반도체 초과 이익의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 그리고 그 기준을 왜 미국에서 정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진행자가 '거부하고 우리 기업 돈으로 우리 돈으로 공장 짓겠다 하면 되는 거 아니느냐'라고 묻자 박 교수는 "이게 이유가 좀 있는게 첫 번째로 앞으로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가지고 장사를 하려면 미국에 공장 짓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반도체 팔기가 어려워질 현국인 상황"이라며 "즉 미국에 수출하고 싶어? 그럼 미국에 공장 지어. 그래야 물건 받아줄게 이런 거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삼성과 SK에서 왜 미국에다가 공장을 안 지었을까. 채산성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거기서 공장을 짓고 반도체를 만드는 건 훨씬 더 반도체를 비싸게 만들 수밖에 없는 토양이 거기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싼 곳이고 더 잘 만들 수 있으면 거기로 일부러 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미국에서 공장 지어야만 그거 소비해 줄게 하니까 할 수 없이 미국에 지어야 되고 그걸 솔직히 아는 미국이 그러면 손해 보는 부분만큼 우리가 보조금 줄게라고 해서 삽 들려고 했는데 초과이익 가져가겠다 하니 황당한 노릇이다"라고 덧붙였다.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도체지원법이 핵심 의제로 나오는 부분에 대해 박 교수는 "이제는 우리가 너무 고개를 꼭 숙여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 세계에서 반도체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진짜 어찌 보면 딱 두 개(한국과 대만) 남았는데 우리 말고 어디서 받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